등떼기로 하는 사랑

 

 

가슴이 뜨거워서 그런 게 아니에요

사랑이 식어서 그런 건 더욱 아니에요

등 돌려 자는 것은

마주보지 않아도

한조각 이불 통신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에요

 

많았던 굴곡의 언저리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어쩌면 아실 것 같아

그냥 숨겨둔 언어들

우리 사랑은 남들하곤 다를 줄 알았죠

영원한 가슴으로 꼭 끌어안고 살 것 같았죠

 

아이들 어느새 성년이 되어버린 세월

의젓하게 넓어진 어깨만큼

그대 사이에 생겨난 공간

거기

말하지 못한 무게로 지고 있던 등짐

살그머니 풀어 놓습니다

 

오늘 밤엔

손이 자래지 않는 등떼기

당신의 시원한 손으로 긁어주세요

땀내 나는 등어리 보드란 손길

오랜 연인처럼 도란도란

지나온 흔적들을 갈무리 하고파요

 

작은 불꽃이었다가

여리고 꺼지지 않는 잿불이 되어

참아내며 기다려주는 사랑

뒤돌아 누워도 더 가까이 느껴지는 그대

등을 마주해야 잠 오는 사랑이여

기인 밤 어둠 잦아들면 우리

먼 여행 길 서로 기대어 함께 가는 친구 되어요

 

 

 

 

칠칠재 바라춤

 

산사의 햇빛은 고이 내리고

보름 달 둥근 바라

살며시 비구니 두 손에

받쳐 올려라

 

영혼을 부르는 가락

시공을 휘감으니

사바세계 희로애락

별빛으로 쌓여라

 

사뿐사뿐 하이얀 버선

바라가 춤을 추매

허공이 갈리우고

못다 핀 붉은 꽃잎

애절한 조각들이 울어라

 

정성으로 여물어진 바라

바라에게도 상처가 있나니

빛을 알고

어두움을 알도다

 

가이없이 휘날리다

조용히 합장하니

빛은 어두움을 덮어 버리고

 

가노라

잊노라

가고자 하노라

잊고저 하노라

 

시작도 끝도 없는 영겁

작은 티끌 하나

훨 훨

나비되어 날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