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의(便意)

   임술랑

 

 

아침에 일어나면 

똥이 마려울 것이다

걱정하지마라

시원하게 똥을 누고나면

모든 것이 용서될 것이다

술 먹고 떠든 얘기

너에게 먹었던 모진 마음들

하루 동안 쌓이고 찼던

이승의 무거운 짐들이

내게 와서 엉기고 설켜

또 하나의 변화를 이루고

드디어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변의(便意)

이건 무슨 위대한 예언 같은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똥을 누고나면

속이 편안해 질 테니

다시 또 하루를 살 수 있도록

허락 될 테니

 

 

 

 

 

끝이 없어 미친다

                      임술랑

 

 

 우리가 로켓을 타고 일직선으로 날아간다면

계속해서 날아간다면

우주는 그 끝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한없이 무한정으로 날아서 가도

그 끝에 닿지 않는 것이다

그 끝을 향하여

내 생각으로 계속 날아가는 상상을 하다 보면

내 머리는 터질 것 같다

미치는 것 같다

머리통이 팍 터져서 산산조각 나서

그 끝과 마주할 것 같다

그래서 그 끝을 쓸어 담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끄트머리는 잡히지 않는다

도대체 끝이 어디요?

그 끝은 인간의 상상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생각에 잠겨 내가 미쳐 죽으면

끝인가

이건 말도 안 돼

세상에는 나만 살고 있는 게 아니니까

상상조차 불허한 그 진리는

누가 조작한 것인가

인간의 한 쪽 뇌는 고장 난 불량품이고 보면

그런 상상에 이르는 게 이상한가

아무튼 그 끝을 생각하면

내가 못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