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화 꽃그림자에 밟히다

 

 

청매화 피어나는 열사흘 달밤

거울을 보며 물안개 빛 머리카락 비비꼬아 돌리다가

젊은 날 그려두었던 그림을 다시 살펴본다

 

겨우 A포 용지 두 장짜리 크기의 한지에

참 많은 꿈 그려 넣었구나

새하얀 물감으로 붉은 연꽃송이들과 연밥들 지워보다가

걷잡을 수 없던 욕심들, 양심에 걸린다

진한 먹물로 그 많은 새와 나비들 마구 지워버린다

 

흉한 상처로 온통 얼룩자국만 남는 나의 세월들

그 흔적 무게에 짓눌린 나의 한지는

달빛도 지나 가버린 어두운 봄밤을 지새우는데

 

그래도 미련이 다 지워버리지 못한

창백한 나부상은 슬픈 눈빛으로 도톰한 입술 달싹거린다

노오란 나비 한 마리와

청승스런 봄 달빛 그윽히 바라보면서

 

 

남편이

 

 

-애절양 6 [식칼 갈아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자식 낳은 것이 바로 죄로다!"]다산의 애절양 부분

 

1.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 본인, 갓 태어난 아기까지

 

군역을 하는 것으로 등록되어 가혹한 세금을 추징당하는 것이 두려워 남근을 잘라버리거나 제 갓난아기를 끓여먹기도 하는 갈대들의 슬픈 시를 읽는 밤

 

2.'수령이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인가,

 

백성이 수령방백을 위해 태어난 것인가? '

유배지에서 다산은 비로소 눈, 귀 열려

민주 생명의 불씨 하나 심을 수 있었으니

 

200년 전보다 지금은 좀 살기 나아진 것일까

남편이 택배기사여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내다버린 에미

구제역으로 마구 살 처분한 소 돼지들

바람소식은 사흘이 멀다 하고 남의 애간장 끓인다

안테나 속 높은음자리표는

돌아가면서 유배 세상 아프게 맛보고 있다

 

3. 이젠 또 소 값이 개 값이어서

 

비싼 사료 때문에 소를 굶겨 죽이는 농민들, 갈밭울음과 한숨 삶아 치대는 소리 얼시구! 한술 더 떠 소를 굶겨 죽인 농가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니 갈잎들의 갈잎눈물 머금은 별똥별이 얼마나 떨어져야 저 무딘 철가슴들 뚫어 실낱 빛 바라볼 수 있는가

 

이 판국에 나는 무엇을 거세해야 사나

먼 바다 바라보며 겨우 시나 몇 수 적어 한을 풀어야 하는

한 사내의 마음 밑바닥, 그 골짜기 후벼 파 뒤적여 보는 수밖에

 

4. 사마천은 그것을 잘랐다고?

 

갈잎들은 목구멍 거미줄을 위해 기둥을 자르고

지금 여덟 살 여아들에게도 마구 연장을 휘두르며

기둥 세우기 바쁜 이 시대의 사이코패스들

저 야차들의 길 잃은 양물은 왜, 그대로 두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