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또는 영상

 

  정선호

 

모두 떠났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노래는 끝났다

좋아했던 가수는 스스로 죽었고

조금은 위안이 됐던 정치지도자도 스스로 죽었고

절친했던 노동시인 형은 술병으로 죽었다

 

지금 남은 것은 그들이 남겨놓은 영상뿐이다

가수는 노래공연 장면과

정치지도자는 청와대에서의 집무 장면을

노동시인은 시낭송 장면을 남겨놓았다

 

난 조시(弔詩) 몇 편으로 그들 죽음을 애도했으며

가끔씩 그들의 영상 보며 흐느꼈다

그들이 남긴 노래하며 살아있음에 안도했고

죽어 고인돌이 된 그들 몸 위에

일상의 욕심으로 만든 내 육체의 돌을 얹었다

 

추억이 깊으면 은하수가 될까

내 추억의 힘이 우주에 흩어진 그들 별에

도착해 그들을 만날 날은 언제인지

내 사랑이 완성되는 그날들*), 그날들인지

 

그날들은 별들을 만나러 떠나는 날이다

 

 

  *) 그날들 : 가수 고 김광석의 노래 제목인 “그날들”에서 인용함.

 

 

 

 

 

 

 

Sleepness에서 놀다

 

 

 

그 편의점 이름은 Sleepness이며 종일 문을 열었다

작은 마을엔 필리핀인, 인도인, 한국인이 살았고

Sleepness는 마을의 유일한 편의점이다

Sleepness는 잠이 오지 않는 손님을 맞기 위해선

잠을 자서는 안 되었다

 

새벽에 Sleepness 앞, 간이 테이블에 피부가 검은 사람,

흰 사람, 황색인 사람, 그들의 혼혈인 사람들이 앉아

눈웃음으로 인사하고 대화를 하곤 한다

 

몇은 시간도 사려 편의점으로 오기도 했고

몇은 식사를 위해 편의점에 오기도 하는데

가장 쉽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 Sleepness다

잠이 오지 않는데 식사를 한다는 것은

인류의 참 가혹한 본능이다

 

잠에 드는 것은 곧 죽음이다

 

잠에 빠진 사람은 이미 지구인이 아닌

제 고향인 다른 별의 사람이 되는 것,

잠이 오지 않는 사람은 Sleepness에 가보라

그곳에선 시간이 멈추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