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을 공개수배 합니다

 

 

어둠에 덮인 문 밖에서 소리가 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였다.

‘우웅, 쿠구궁, 쩍쩍, 픽픽픽... 하늘에서 무엇인가 내리는 소리, 덜커덩... 누군가가 현관문을 여닫는 소리, 저벅저벅... 저승사자의 발걸음소리, 사뿐사뿐...’

소리는 이불 속에 누워 있는 여든 두 살 노파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노파는 덜커덩거리는 소리 하나에 집착했다.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틀림없을 터였다. 이불을 잽싸게 걷어 냈다. 일 년 사 개월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은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인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노파는 방문을 열고 맨발로 밖으로 나갔다. 벽에 손을 짚으며 계단을 오른 노파는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오고 있었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바람이 불었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노파가 쟁여둔 박스더미에서도 도둑고양이가 쥐를 찾는 중인지 박스더미가 꿈틀거렸다. 노파는 현관 안쪽에 세워 둔 지팡이를 들어서 박스더미를 내리쳤다. 순간 박스 몇 장이 솟구쳐 올랐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체구의 남자 아이가 박스더미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노파는 움찔 놀라며 문간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아이는 대 여섯 장의 박스로 얼굴을 가리며 대문 밖으로 부리나케 줄행랑을 쳤다. 노파는 멀어져가는 아이의 등 뒤에 대고 고성을 질렀다. ‘네 이놈아! 도둑놈아! 잡어라, 도둑!’ 그러나 도둑은 사라졌고 주위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노파는 사방을 멀끔히 바라보았다. 기다리는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노파는 허공을 향해 아들을 불렀다. ‘창원어, 아들놈어!’ 절규에 가까운 노파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아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다음 날이었다.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의 발걸음소리가 방안의 벽에 기대어 앉은 노파의 귀에 점점 가까이 울렸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노파가 말했다.

“누구여, 아들이냐?”

대답도 없이 문이 열렸다. 여자주인이었다. 주인은 문밖에 서서 노파를 내려다보며 다짜고짜 말했다.

“아직도 방을 안 비웠어요?”

“내 아들이 오꺼이요. 와뿔먼 갚을 텐께, 쪼깐만 지달려 주씨요야.”

주인은 입술을 삐쭉거렸다.

“오늘 온다, 내일 온다, 온다, 온다, 온다, 그 온다는 말을 한 지가 벌써 일 년도 지났는데 도대체 온다는 날이 언젭니까?”

주인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인은 사방으로 눈길을 쏘아댔다.

“아유, 더러워.”

주인은 빗물로 얼룩진 벽지를 푹 찢었다.

“아까운 방 다 버리네. 이걸 어쩌, 이거어얼.”

주인은 너덜거리는 벽지를 연방 뜯어냈다. 노파는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주인의 동태만 유심히 살폈다. 주인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노파는 그녀의 꽁무니를 좇으며 주인의 등 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주인은 코를 시큰거렸다.

“돼지우리가 따로 없네. 돼지우리가......으윽, 고약한 냄새.”

주인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노파를 향해 눈총을 쏘아댔다.

“돈도 필요 없으니까. 나가세요. 양로원엘 가든지 쩌어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사시든지 하세요. 딱 일주일 여유 줄게요...... 일주일입니다...... 안 나가면 .......”

주인은 협박조의 어투만 입 밖으로 쏟아냈다. 노파는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쪼깐만 지달려 주시오야. 열하루만 있으먼 내 생일인께 그때는 내 아들네미가 올 거구만이라.”

주인은 또 입술을 비틀었다.

“이 할망구가 말귀를 못 알아듣네. 일주일입니다. 따악, 일,주,일!”

그러면서 주인은 노파의 손을 뿌리쳤다. 주인은 노파가 잡았던 팔에 코를 갖다 댔다.

“으윽, 드런 냄새.”

주인은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단으로 오르려다 말고 주인은 노파에게 삿대질을 했다.

“일주일 안에 방을 안 비우면, 노인네도 끌어내고, 현관문도 잠가버릴 거니까, 그리 아세요.”

주인은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노파의 집을 나갔다.

노파는 낡은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갔다. 우편물 하나가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허리를 굽혀서 유모차에 올려놓았다. 편의점도 기웃거리다 세탁소를 지났다. 치킨집에 이르자 닭다리와 닭 날개 사진이 박힌 전단지 하나가 문 앞에 버려져 있었다. 노파는 전단지를 집어 들고 입맛을 다셨다. 치킨집 옆에는 미용실이었고 그 옆은 슈퍼였다. 슈퍼 입구의 수박더미 옆에는 과자박스와 라면박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노파는 박스를 주웠다. 그것을 유모차에 올렸다. 그리고 아들을 불렀다.

창원어으!

아들의 이름을 불러대며 길바닥에 떨어진 재활용품을 수거한 노파는 짐수레가 된 유모차를 굴리며 지하철 입구와 상가를 지나 초등학교 정문에 이르렀고 교문 앞 문방구 가장귀에서는 골판지도 하나 건져 올렸다. 주위를 살피던 노파의 시선은 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입구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학교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점심때가 되기에는 이른 시간에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교문 밖에서 학교를 엿보는 꼴이라니. 노파는 유모차를 세워둔 채 소년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학교 쪽으로 목을 길게 내밀던 소년은 노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년은 노파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땅으로 내리깔며 노파의 유모차를 유심히 살폈다. 소년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노파를 향해 다가왔다. 발소리를 따박따박 내며 스멀스멀 다가오던 소년은 느닷없이 유모차에 실린 과자박스와 골판지를 거머쥐고 문방구 윗길의 골목으로 내달렸다. 노파는 유모차를 버려두고 도주한 소년의 꽁무니를 쫓았다. 그러나 노파의 달음질은 소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잰걸음에 불과했다. 소년은 멀어져갔다. 노파는 소년을 향해 소리쳤다.

도적놈아, 이놈아야! 허,허어...

소년은 노파와는 더 아득해지며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 돌았고 금세 노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노파가 소년이 시야에서 사라진 골목에 다다랐을 때에는 소년의 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노파는 되돌아 걸었다. 그러면서 노파는 집집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썩을 놈아, 내 빡스 내놔라!

안 내노먼 순갱 데꼬 올란다아!

...

노파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도둑소년에게 악을 썼지만 소년은 나타나지 않았다. 파란색 대문이 달린 집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대문 앞에 전단지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치킨집을 알리는 광고 전단지였다. 노파는 전단지를 집어 들었다. 소년에게 폐지를 빼앗기기 전에 노파가 길에서 주웠던 전단지와 같아보였다. 까막눈인 탓에 누구네 집 치킨을 알리는 광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군침이 도는 닭다리와 닭날개의 사진이 아까 보았던 사진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파란색 대문은 열려 있었다. 노파는 집안에 대고 소리쳤다.

이, 꼬맹아!

내 놔라, 내꺼!

노파가 악을 써대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닫혔다. 도둑소년의 집이 틀림없을 터였다.

잘 걸랬다, 이노옴!

시 개 실 때 까장 언능 안 내 노먼 순갱 데꼬 온다이!

한나, 두울, 인자 진짜 한나 남았다......싯.

노파의 말이 끝나자 담 너머에서 박스 몇 개가 날아왔다. 박스는 소년이 훔친 것들이었다. 덤으로 박스 몇 개와 너덜거리는 공책 한 권이 담 밑으로 떨어졌다. 덤으로 떨어진 박스는 노파가 방금 전까지 모은 폐지보다 더 두꺼웠고 무거웠다. 노파는 그것들을 집어 들고 담 너머로 몇 마디를 더 던졌다.

오늘은 봐 줬응께.

한 번만 더 그래봐라. 그 때는 순갱이다, 순갱.

노파는 폐지를 유모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폐지더미에 박스를 올리려는 순간 박스 안에서 공책 하나가 떨어졌다. 소년이 담 너머로 던져버렸던 공책이었다. 노파는 공책을 집어 들었다. 펼쳤다. 넘겨보았다. 삐뚤빼뚤한 글자가 듬성듬성 적혀있었다. 그 아이가 던져준 공책이므로 그 아이의 공책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책의 주인이 도둑소년이라면 도둑일기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라고 썼을까. 그러나 노파는 까막눈이었다. 그 까닭에 그만 공책을 덮어버렸고 방 안의 문갑위에 올려놓았다. 글자를 아는 누군가를 만나면 공책에 적힌 내용을 알아볼 심산이었다. 그러나저러나 오늘도 아들은 소식도 없었다.

허,허허,허어.

현관 밖에 쟁여둔 폐지를 뒤적거리던 노파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하룻밤 사이에 박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제 도둑소년에게 덤으로 받았던 두껍고 무거운 것 두 개가 사라지고 말았다. 행방이 묘연한 두 개쯤이야 다시 채우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노파가 허탈한 웃음을 흘린 건 도둑이 누구라는 걸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목격은 못했지만 도둑소년의 소행이 분명해 보였다. 노파는 혼잣말을 했다.

지가 준건디, 또 지꺼라고 다시 훔채서 가져가야? 이 작 것을 그냥 콱! 근디 내 집을 어츠케 알았으까이.

도둑소년이 두고 간 것은 너저분한 공책 한 권뿐이었다. 노파는 곧장, 소년이 머물고 있을 파란 대문 집으로 갔다. 어제처럼 그 아이의 집에 대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적의를 품지도 않았다. 지금은 오히려 적의 동태를 살피는 정탐꾼처럼 몸을 숨겼다. 대문은 닫혀 있었다. 노파는 대문 창살에 눈을 들이밀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못된 짓을 하려고 밖으로 싸돌고 있는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자도 없었다. 노파는 골목을 빠져 나왔다. 초등학교 쪽으로 걸었다. 초등학교 정문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정문에는 초등학교 사․오학년으로 보이는 소년이 박스 몇 개를 땅바닥에 깔고 앉아서 학교 운동장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노파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소년은 노파가 찾던 도둑소년이었다. 소년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러던 소년은 벌떡 일어서며 깔고 앉은 박스를 겨드랑이에 차고 뒷걸음질을 했다. 노파는 소년과 박스를 노려보았다. 소년은 달렸다. 노파는 소년을 쫓지 않았다. 우두커니 바라보며 멀어져가는 아이에게 쇳소리를 냈다.

아가, 할미한테 줬다가 다시 몰래 곶고 가먼 도둑놈이제. 순갱 불른데이.

소년의 손에는 어제 노파에게 던져주었던 박스가 들려 있었다. 소년은 대답도 없이 사라졌다. 노파는 멀어져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만 멀거니 바라보았다. 거리를 활보하며 폐지를 줍던 노파는 점심때를 훌쩍 넘긴 다음에야 집으로 왔다. 노파의 머릿속에는 도둑소년이 떠나지 않았다. 그 아이가 보여 준 일련의 행동에 의구심이 일었다. 노파는 소년이 버렸던 공책을 만지작거리다 공책에 쓰인 삐뚤한 글씨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노파는 그것을 들고 ‘드림슈퍼’로 갔다. 단골 슈퍼였다. 여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노파는 공책을 내보였다.

“먼 아기가 나한테 줬는디, 뭔 내용인지 쪼깐 좀 읽어주먼 안 되까라우?”

공책을 받아든 주인은 눈대중으로 대충 넘겼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주인의 낯빛이 붉으락 푸르락거렸다. 주인이 말했다.

“아는 아이예요?”

“쪼깐 알기는 알어요.”

“욕도 써 있고 읽기가 좀 그러네요.”

“그라먼 욕은 빼불고 읽어주씨요.”

주인은 소리 내어 읽었다.

‘아빠 술 술 술.’

한 장을 넘겼다.

‘엄마,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또 넘겼다.

‘보고 싶다, 경태야. 학교 잘 다니지?’

마지막 쪽을 읽었다.

‘술, 술병, 아빠 때리지 마.’

주인은 공책을 덮었다.

“아이가 학교를 안 다니나 봐요. 엄마는 없는 것 같고 아빠는 알콜중독잔가? 대충 그런 내용이네요.”

소년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노파는 공책을 건네받고 슈퍼를 나왔다.

오늘은 노파의 생일이다. 노파가 살고 있는 반지하 월세방의 주인은 내일까지 밀린 세를 갚지 않으면 모레부터는 방을 비우라며 일방적으로 또 통고를 했다. 지난번 노파의 집을 찾아왔을 때 일주일내로 방을 비우라고 선언해놓고 갔지만 생일까지만 참아달라는 노파의 간곡한 부탁으로 노파의 생일까지 관용을 베풀겠노라고 그 나름대로의 배려를 한 터라 노파에게는 생일인 오늘이 특별한 날이었고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만 했다.

노파는 쇠고기 한 근을 사서 미역국을 끓였고 아들이 좋아하는 미나리무침도 무쳤다. 콩을 넣고 밥을 했고 호박전도 붙였다. 생일음식을 끝낸 노파는 청소를 했다. 방을 쓸고 닦았고 구석구석에 먼지도 털어냈다. 아들이 내려올 계단에도 걸레질을 했다. 청소를 마친 노파는 돌부처마냥 전화통 앞에서 전화가 걸려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노파를 찾는 전화 한 통 없었다. 며느리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고 손자에게도 없었다. 노파는 전화코드를 만지작거렸고 수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고장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않은 노파는 벽에 기댄 채 혼잣말을 했다.

창원아, 내 아들놈아. 오메, 어째 그렇게 전화가 없냐? 오냐아, 안 오냐? 너 올 때 까장 기다리고 있을란다. 오늘이 니 엄니 생일인거 알고 있지야? 나는 니 올 거라고 미역국도 끓애 놓고 밥도 아직까장 안 먹고 기다리고 있다. 어디만치......

노파는 갑자기 말을 끊었다. 밖에서 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노파는 몸을 일으키며 부리나케 현관으로 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문 밖으로 나갔다. 거기도 없었다. 노파는 한참동안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혹여 아들이 다가올세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과 차림새와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낯선자들이었다. 노파는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가까이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현관문을 열었다. 벨은 노파의 방에서 울려댔다. 노파는 허둥지둥 방으로 들어갔다. 전화벨이 아직 울리고 있었다. 수화기를 든 노파는 다짜고짜 물었다.

창원이냐?

아니었다. 걸려온 전화는 기계음이었다. 전화국이었다. 귀하의 전화요금이 연체되었으므로 3일 이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끊어버리겠다는 협박성 전화였다. 노파는 전화를 끊었다. 정지예정을 알리는 전화였는데도 노파는 초조한 기색이 없었다. 통화가능 시한이 3일이나 남았으므로 그 사이에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면 전화가 끊어지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다독거림 때문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햇볕도 어둠 속으로 빠져버렸다. 아들이 앉아야 할 밥상머리에는 어둠이 앉아 있었다. 벼르고 별러서 끓인 미역국에 모자가 얼굴을 마주보고 목을 축여가며 오붓하게 밥숟가락을 뜰 수 있을 거라는 풍선처럼 부푼 바람도 쭈그러들고 말았다. 노파는 방문에 대고 처량한 목소리를 흘렸다.

일요일인디 왜 안 오냐? 일주일에 한 번은 오겄다고 간 니가 왜 안 오냐? 길이 맥혀서 못 오냐, 차가 없어서 못 오냐? 지하철을 타고 오재, 버스를 타면 되재. 차비가 없어 못 오냐? 케이크 살 돈이 없어 안 오냐? 밥에 미역국 먹으먼 되제. 오메 어째야 쓰까이. 길을 잃었냐, 오다가 다쳤냐. 왜 안 오냐? 추석 때 올라고 그라냐, 식구대로 설 때 올라고 안 오냐? 그 때는 안 와도 되는디. 오늘 와야 되는디. 쥔이 날 쫓아 내먼 그 때는 이 에미가 어딨는 줄 어츠케 알겄냐. 며늘 아이는 어디갔냐. 손주는 뭐하냐. 어째 그렇게 전화 한통도 없냐? 허허 인자 나는 어째야 쓰까이. 니 어멈 사는디가 더러워서 안 오냐? 그래서 오늘은 깨깟이 청소해 놨다. 저승길도 아닌디 이승길을 왜 못 오냐. 바다로 건너갔냐. 쩌어 먼 나라로 가부렀냐? 죽었냐 살었냐? 허허 인자 어째야 쓰까이.

말을 멈춘 노파는 식은 미역국을 데웠고 상을 차렸다. 수저를 두 개 놓았고 밥도 두 공기를 펐다. 미역국도 두 대접을 퍼서 상 위에 올렸다. 아들이 좋아하는 미나리무침도 올렸다. 노파는 혼자서 밥을 먹었다.

노파는 밥상을 차려두고 밤이 늦도록 아들을 기다렸지만 아들은 오지 않았다. 상을 거두었다. 그리고 중얼댔다.

창원아, 안 오면 어츠게 한다냐? 아들아, 느그 에미 생일이다아. 허허, 내가 죽어야 쓸란거이다.

노파는 울었다.

“아들을 쪼깐 찾아야 되는디......”

주민센터의 ‘등초본’이라는 안내팻말 아래서 노파는 첫마디를 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여직원은 일어서며 노파에게 물었다.

“아드님을 찾으신다구요?”

“그려요. 내 아들을 찾어야 혀요.”

“아드님이 어디로 가신건가요?”

“예, 갔제라우.”

“저희들이 뭘 도와드리면 돼죠?”

“내 아들내미가 어디 사는 줄도 몰러. 그랑께 사는 데라도 쪼깐 알아야 쓰겄오.”

“주소가 손님과 함께 실려 있지 않나요?”

“잘 모르겄는디요.”

“신분증 가져 오셨죠?”

“그라제요.”

노파는 치마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냈고 직원에게 건넸다. 신분증을 받아든 직원은 컴퓨터의 자판기를 두드리며 화면을 살폈다.

“손님 주소는 손님만 돼 있고 아드님은 없는데요...... 확인 할 수가 없네요.”

“어째 그라요. 우창원이라고 안 나왔오?”

“예, 손님 같은 경우는 참 난감하네요......우,창,원.”

직원은 자판기를 다시 두드렸다.

“우창원씨라고 있기는 있겠죠. 주소가 나온다고 해도 저희들은 가르쳐 줄 수 없어요.”

가르쳐 줄 수 없다는 말에 노파는 컴퓨터 쪽으로 목을 길게 빼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참말로 안 죽고 살아 있제라우? 좀 봐 주씨요. 서울 독립문에서 살았는디 이사를 가부렀단 말이요. 나이가 오십이 훨썩 넘었고라우. 인자는 어뜬 동네서 사는가만 조깐 잔 가르쳐 주씨요.”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호적등본을 한통 떼 드릴게요. 경찰지구대로 가보세요. 경찰에서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를 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라먼 쓰까라우.”

“일단 가 보세요.”

노파는 호적등본을 받아 들고 주민센터를 나왔다. 버스가 다니는 큰 길로 갔다. 마트가 나왔다. 마트 맞은편에는 경찰지구대였다. 노파는 지구대로 들어갔다.

“여그가 지구댄가 하는 거그다요?”

젊은 경찰이 노파를 바라보았다.

“예.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우리 아들 좀 찾아 주씨요.”

“아들이 어디로 갔나요?”

“통 연락도 안 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좀 찾어야 쓰겄오. 이것 잔 보씨요. 동사무소서 이것을 주든디라우.”

경찰은 노인이 건네준 호적등본을 받아들고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렸다.

“우,창,원......”

경찰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아드님에 대해서 아시는대로 말씀 좀 해 주세요.”

“그란께 내 아들이 오십 야닯살 묵었고 서울 독립문에서 살았는디, 나가 언제 아들한테 가본께 이사를 안 가부렀오.”

경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쪽에는 안 사는 것이 맞네요......혹시 아드님 전화번호 있으세요?”

“있제라우.”

노파는 속치마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한 쪽지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우리 아들이 옛날에 전화번호라고 써서 준 건디.”

경찰은 노파가 건네 준 번호로 전화를 했다.

“결번으로 나오는데요?”

“갤번이 뭐시다요?”

“없는 전화라구요.”

“그란 거 같드란 말이오. 그라먼 인자 어째야 쓰겄오?”

경찰은 아들의 행적을 물었고 노파는 진술했다.

“그랑께 시방 우리 아들이 연락이 없단 말이오. 한 2년도 다 되가는디 안즉 한 번도 연락이 없단 말이오. 내가 쩌어그 먼 시골에서 살고 있지 않았겄오. 그랑께 영감이 죽어서 혼자 살고 있었는디. 시골 동네사람들이 우리 아들한테 욕을 막 안하요. 늙은 할멈 혼자 살게 한다고 나쁘다고. 그랑께 우리 아들이 나를 서울 독립문으로 안 데려가부요. 그랬는디 거그서 며느리랑 다 큰 아들 손주랑 함께 살았구먼이라. 긍께 그렇게 한 1년을 같이 살았는디 우리 아들이 회사에서 여그 인천으로 발령이 난다고 안 하겄오. 그람시롱 나보고 먼저 이쪽으로 이사를 하라고 안 하요. 그래 갖고 내 아들이 여그 우리 동네에다 방을 구해 줌시롱, 한 열흘 있으먼 아들도 이쪽으로 이사를 온다고 혔지라우. 그래 갖고 나가 먼첨 이사와서 지달리고 있었는디 진짜로 영 안 와부요. 전화도 없고, 핀지도 없고, 오도 안 하고. 아참 갱찰 아저씨 우리 아그가 여그 인천에 사는지 좀 봐 줄랑가요?”

경찰은 모니터를 응시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경찰이 말했다.

“아드님이 어떤 회사에 다니셨어요?”

“그 머시냐. 그 라면박스 같은 박스 만드는 회사에 댕긴다고 했는디. 회사 이름은 모르겄고라우.”

노파의 진술은 여기까지였다. 경찰은 수소문해서 결과가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노파는 지구대를 나왔다.

노파는 붉은 색 보드마카로 “창원아, 엄마다.”라고 쓴 허연 수건을 두르고 까치산역으로 갔다. 아들을 찾으러 갔다. 아들이 까치산역 인근의 화곡동에 산다는 경찰의 귀띔으로 노파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 전철을 이용해 까치산역에 내린 노파는 출구로 나왔다. 출구에는 간이매점이 있었고 매점 옆에는 텔레비전과 의자가 놓인 쉼터가 있었다. 노파는 쉼터에 앉았다.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백령도인근에서 침몰 된 천안함에 대한 관련소식이 장시간 나왔다. 이어진 뉴스는 서울 문래동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서 신원을 알 수 없는 50대 남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다음은 인천행 경인고속도로에서 일가족 3명이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보도였다. 뉴스를 지켜보던 노파는 혀를 끌끌 차며 짠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쉼터보다 더 깊은 곳에서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철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승객들이 출구를 향해 봇물처럼 밀려나왔다. 노파는 수건을 이마에 두른 채 출구 쪽으로 다가갔다. 출구를 빠져나온 사람들은 노파를 지나치거나 우두커니 서서 노파를 지켜보았고 곁눈질을 했다. 노파는 그들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전동차에서 출구를 향해 다가오는 승객들의 면면을 뜯어 보았다. 아이들과 허리가 굽은 노파들 그리고 여자들도 노파에게는 솎아내야 할 대상이었다. 노파의 눈길은 오직 오십은 지나 보이고 육십은 덜 돼 보이는 아들 또래에게 집중되었다. 노파는 눈동자를 부지런히 굴렸다. 그러나 승객 속에서 아들은커녕 아들 같은 풍모를 지닌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오자 노파는 쉼터로 돌아왔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노파는 전동차가 오면 출구를 향했고 승객들이 사라지면 쉼터로 되돌아오곤 했다. 열 댓 번을 마중 나갔지만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파는 속치마에서 사진한 장을 꺼냈다. 십여 년 전에 아들과 함께 시골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노파는 사진을 들고 쉼터 옆의 간이매점으로 갔다. 매점에는 아들또래의 남자가 있었다. 노파는 남자에게 사진을 내보였다.

“저그 혹시 요롷게 생긴 남자 못 봤오?”

사진을 건네받은 남자는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못 봤는데요.”

“이 사람이 우리 아들인디. 요 동네서 산단 말이오. 잔 똑땍이 봐 보씨오.”

남자는 안면이 없다며 사진을 돌려주었다. 노파는 사진을 들고 개찰구 주변에 서있는 지하철 직원 곁으로 다가갔다. 노파는 사진을 디밀었다.

“우리 아들인디요. 이 사람이 표 끊으로 오고 그랬지라우.”

직원은 입을 다물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노파는 다시 쉼터로 갔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어째야 쓰까이.

노파는 혼잣말을 했다. 노파의 입에서는 혼잣말이 줄줄 새어나왔다.

창원아, 내가 죽어야 쓸란 거이다. 어째서 그라냐? 이 에미가 진짜로 보기 싫으냐? 파출소 순갱이 나 한테 그라더라. 니가 이 동네에 사는디 시방은 이 에미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함서 주소도 갈쳐주지 말라고 했담서. 창원아, 에미는 그 소릴 듣고 얼매나 짠했는지 아냐? 못 오먼 못 온다고 에미한테 전화라도 한 통화 하지 어째 그라고 매정하냐? 진짜로 순갱한테 그런 말 안 했지야? 허허, 창원아, 아들아!

밤 10시가 되자 노파는 지친 나머지 인천행 표를 출구에 넣고 전동차를 기다렸다. 전철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은 노파는 아까 쉼터에서 흘러나왔던 뉴스를 되뇌며 중얼거렸다.

고시원에서 불 타 죽어뿐 사람이 내 아들놈은 앵기겄제. 인천에 오다가 차 사고로 죽어 뿐 사람들도 내 아들, 내 매느리, 내 손주는 절대 앵기겄제.

노파는 인천행 전철을 탔다. 다음날은 새벽부터 까치산역으로 갔고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기다렸다. 노파의 눈앞에는 아들이 없었다. 그 다음날은 까치산역 근방의 버스정류장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아들은 오지 않았다. 노파는 머리에 두른 수건을 벗어서 정류장 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에 동여맸다.

‘창원아, 엄마다.’

오전이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며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크게 울렸다. 아침도 거른 채 방에 누워있던 노파는 이불을 거둬내고 엉금엉금 기어서 방문을 열었다.

“창원이냐?”

대답이 없었다. 발걸음 소리는 더 크고 둔탁하게 울리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노파 앞으로 다가왔다. 노파는 고개를 들었다. 주인여자였다. 집 주인은 팔짱을 낀 채 노파를 내립떠보았다.

“사람을 불렀습니다. 빨리 짐 챙기세요.”

노파는 주저앉고 말았다.

“오늘 하루만 좀 봐 주먼 안 되겄오? 우리 아들이 까치산역에 사는디, 오늘은 내 아들이 올거구먼이라.”

“오늘만 내일만이 벌써 몇 번째입니까? 올 거면 벌써 왔지. 아들은 안 와요. 게다가 노인네 전화까지 끊긴 마당에 오늘 올 거라뇨. 전보가 왔어요, 아님 편지가 오길 했어요, 인편이 왔어요? 그만 보따리 싸세요!”노파는 무릎을 꿇었다.

“이사 갈 디를 잔 알아 볼텐께, 오늘 하루만 봐 주씨요.”

“지난번에도 그런 말 하지 않으셨어요? 오늘 하루만 봐 달라고. 더 이상 얘기 할 필요 없고 이젠 나가세요. 어디로 가실래요? 양로원으로 모실까요, 까치산역으로 모실까요, 서울역으로 모실까요?”

“아니여, 나는 못가요, 아무데도 못 간단 말이오. 우리 아들이 올 때 까장 참말로 못 간단 말이오.”

노파의 말이 끝나자 지상의 창문에서 그리고 현관에서 문 열리는 소리와 박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노파는 맨발로 계단을 올라갔다. 트럭 한 대가 문 앞에 코를 박고 있었다. 노파는 건장한 청년과 마주쳤다.

“누구다요?”

“이삿짐 나르러 왔습니다.”

청년은 노파의 방으로 내려갔다. 그때 현관 옆 창문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노파는 소리 나는 쪽으로 갔다. 어린아이가 폐지더미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누구데이?”

어린 아이가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내밀었다. 도둑소년이었다.

“너, 거기서 뭐하냐? 또 박스 훔체 갈라고 왔냐?”

도둑소년은 노파의 눈을 피하며 대문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네, 이놈 도둑놈아. 박스가 뭉태기로 없어져서 어뜬 놈인가 했는디, 저 육실할 놈이 도둑질해 갔구나. 거그 섰거라. 이놈!”

노파는 소리를 지르며 맨발로 아이의 뒤를 쫓았다. 소년은 큰 길로 사라졌다. 추격을 단념한 노파는 집으로 왔다. 집주인과 청년이 신발을 신은 채 방문 앞에서 노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 빨리 챙기세요. 이사비는 내가 대신 냅니다.”

노파는 또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한참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노파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서랍장을 열었다. 옷가지가 든 서랍장이었다. 노파는 서랍 밑바닥에서 하얀 옷을 꺼냈다. 노파는 옷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 노파가 부엌에서 나왔을 때에는 소복차림이었다. 주인은 실눈을 뜨고 노파를 바라보았다.

“이사 하는 날 때타게 흰 옷을......”

주인은 말을 잇지 못했지만 노파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그서 쪼깐 기다려 보씨요. 내가 지금 대리가 아파서 그란디, 요 앞에 병원에 잔 갔다 와야 쓰겄오. 병원에 가는디 깨깟한 옷을 입어야 의사 선상님이 안 좋아 하겄오.”

노파의 말에 주인은 인상을 구겼다.

“얼마나 걸립니까?”

“한 십오분이먼 되제라우. 지달린 동안에 요것도 실고 저 놈도 차에 실으면 되꺼이요.”

“빨리 오셔야 돼요.”

주인은 손을 내 저었다. 노파는 절름거리며 대문 밖으로 나왔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도로로 나간 노파는 정형외과를 향해 걷다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인의 모습도 트럭을 몰고 온 청년도 보이지 않았다. 노파는 병원 반대쪽으로 급한 걸음을 했다. 곧장 가면 지구대였다. 노파는 경찰지구대로 갔다. 지난번에 보았던 젊은 경찰관도 있었다. 노파는 젊은 경찰에게 부탁하여 노란쪽지 하나와 하얀 쪽지 하나를 받아들고 지구대를 나왔다. 노파는 또 다른 부탁을 들어 줄만한 누군가를 찾기 위해 막연한 걸음을 했다. 초등학교 쪽이었다. 초등학교 정문에 이르렀을 때였다. 정문 한 켠에 도둑소년이 박스 몇 장을 깔고 앉은 채 학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노파는 몸을 움츠리며 문방구 옆 슈퍼로 들어갔다. 노파는 슈퍼에서 물건이 든 검은 비닐을 감싸 쥐고 학교 정문으로 갔다. 소년은 여전히 학교 안을 주시했다. 노파는 소년 곁으로 갔다.

“아가!”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소년은 벌떡 일어섰다.

“나,나 오,오느을 도,도,도둑질 아,아,안 했어요.”

버벅거린 소년은 침을 꿀꺽 꿀꺽 삼키며 박스를 바닥에 내버려두고 뒷걸음질을 했다.

“아, 아니여. 이거 줄 거여. 어, 어서 와봐아.”

노파는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며 비닐봉지에서 우유 두 개를 꺼냈다. 흰 우유와 초코우유였다. 노파는 소년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괜찮혀. 할미가 혼낼라고 그런 거 아니여. 이거 먹어.” 소년은 노파에게 다가왔다. 노파는 손바닥으로 박스를 툭툭 내리치며 말했다.

“앉어라. 여그 앉고, 이놈 묵을래, 요놈 묵을래?”

초코우유를 가리킨 소년은 몸을 비틀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노파는 소년을 끌어당기며 박스 위에 앉혔다.

“묵어라.”

노파는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아서 건넸다. 노파와 소년은 우유를 마셨다. 노파는 우유 한 모금을 꿀꺽 넘기며 말했다.

“핵교 어째서 안 댕기냐?”

“다니다가 말았어요.”

우유 한 모금을 또 마셨다.

“이거이 느그 핵교였냐?”

“예.”

“할미가 니한테 부탁 쪼깐 할라고 그란디. 집에 누가 계시냐?”

소년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소년이 말했다.

“할머니 주인집에서 쫓겨나세요?”

“니가 고거를 어츠게 알고.”

“아까 할머니 계시나 보러 갔다가 다 들었어요.”

노파는 소년에게 지구대에서 받은 쪽지 두 개를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소년의 귀에 대고 한참을 떠들어댔다. 우유를 모두 비운 노파와 소년은 함께 문구점에 들렀다가 소년의 집으로 갔다. 소년의 집은 노파가 알고 있는 파란 대문집의 반지하방이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무니하고 어디 가셨냐?”

“엄마는 원래 없어요.”

“아부지는?”

“술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밥은 어츠게 해서 묵고 사냐?”

소년은 대답이 없었다. 노파는 소복을 벗어서 소년의 무릎 앞에 놓고 노란 쪽지를 소복위에 얹었다.

“여그다 아까 핵교 앞에서 이 할미가 말한 것 잔 하고 있어라.”

노파는 소년에게 일거리를 주고 나서 쌀을 씻었고 밥을 했다. 찬거리를 사서 국도 끓였다. 상을 차려서 소년 앞에 놓았다.

“다혔지? 밥 묵어라.”

소년은 노파의 저고리와 치마에 붉은 물감을 덕지덕지 칠해서 노파 앞에 놓았다.

“이거이 그거이냐?”

“네 할머니.”

“알었다. 밥 묵고 설거지 해 두거라.”

노파는 소복을 곱게 접어서 무릎 맡에 놓고는 소년이 밥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할머니, 이제 할머니꺼 안 훔칠게요.”

“그래, 알었다. 이 할미가 이사 가먼 훔칠 일도 없제.”

“어디로 가세요?”

“오늘 우리 아들 찾어 보고, 못 찾으먼 쩌어 하늘로 날러 가든지. 아직은 몰러.”

소년은 밥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놓았다.

“당장 갈 데도 없으시잖아요......우리 할머니라면 좋겠어요.”

“쯧쯧, 불쌍한 것.”

노파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도둑소년의 집을 나온 노파는 붉은 물이 든 소복을 손에 들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까치산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아들을 찾으러 떠나는 길이었다. 까치산역이 서너 정거장 남았을 때였다. 경로석에 앉아 있던 노파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들고 있던 소복을 겉옷에 껴입었다. 느닷없는 노파의 겉치레에 승객들은 아연한 얼굴로 노파를 바라보았다. 노파는 승객들의 틈을 비집고 건너편 차량의 문을 열었다. 핏빛에 버무린 소복을 입은 노파의 행색에 다음 차량의 승객들도 시선집중이었다. 앉거나 선 승객들의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서 노파와 노파의 소복에 휴대폰을 들이대며 사진을 찍었다. 승객들의 몇몇은 노파의 뒤를 졸졸 따라가서 붉게 물든 노파의 저고리와 치마를 응시하며 킥킥킥 웃는가하면, 흠칫 놀라며 몸을 비틀었고, 입을 헤헤 벌렸다. 노파가 다음 칸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노파의 주변에는 둥그런 눈동자들과 벌린 입, 웃음소리, 휴대폰의 빛으로 가득했다. 까치산역에서 내린 노파는 휘뚝거리며 출구로 나왔다. 빗줄기가 한바탕 내렸는지 길은 젖어 있었다. 길 위에 선 노파는 윗옷 주머니에서 곱게 접힌 하얀 쪽지를 꺼냈다. 지구대에서 받았던 쪽지였다. 쪽지를 펼쳤다. “아들내미 집 가차운 데에 뭣이 있다고 적기는 적었다는디.” 노파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 ‘헤어 닷 넷’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미용실 간판이었다. 노파는 미용실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마귀할멈이라도 출몰한 듯 노파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노파의 얼굴에 가위를 들이대며 위협을 가하는가 하면 머리카락이 묻은 빗자루로 노파를 문 밖으로 쓸어냈다. 구경꾼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쪽지를 든 노파는 구경꾼들에게 쪽지를 보이며 말했다.

“여그에 뭐라고 적혔는가 쪼깐 읽어 주씨요.”

구경꾼들은 일제히 쪽지를 읽었다.

‘까치산 스포츠센타 맞은편, 소망당 안경점 근처.’

안경점 근처가 어디쯤인지 노파가 묻자 구경꾼 중 일부가 손가락으로 그 곳을 가리켰다. 노파는 소망당 안경점 앞으로 갔다. 안경점 앞에는 인도였고 인도에는 은행나무가로수가 푸르렀다. 노파는 은행나무에 기대어 앉으며 아들의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창원아!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노파는 은행나무 아래서 한 시간도 넘게 앉아 있었고, 안경점 윗길의 주택가 골목을 오랜 시간 쏘다녔다. 아들은 없었다. 노파는 휘청거리며 다시 은행나무에 기대어 섰다. 눈을 감았다. 여자들의 웅성거림과 새실대는 소리가 났다. “이 할머니 좀 아까 인터넷에 떴어. 아들인가 누굴 찾는다고 하던데 아직도 꽝인가 봐. 조회수 완전 대박이더라.”“날도 궂은 데 못할 짓이다. 쯧쯧쯧.”“할머니, 아들이 어디쯤에 사신데요?” 노파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여그 쪽에서 산다고 갱찰이 말했는디.” 여자들의 음성이 멀어지자 끼드득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렸고 목소리가 팬 남자들의 목소리도 두런두런 울렸다. 그러고는 아무 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들었던 노파는 눈을 떴다. 눈을 뜬 건 빗방울 때문이었다. 노파의 앞에는 검은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빗방울은 몸 깊숙이 스며들었다. 비에 젖어 붉은 물감이 흘러내린 소복을 걸친 채 주택가가 밀집한 안경점 윗길로 노파는 다리를 끌며 걸었다. 아들을 불렀다.

창원아, 내 아들아! 내 아들 창원아!

노파는 울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또 아들을 불렀다.

내, 아들아, 내 아들 창,원,아......

길을 걷던 노파는 비트적거리며 쓰러졌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 노파의 눈동자에 빗속을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남자는 노파를 향해 다가왔다. 다가오는 남자의 눈은 검은 안경에 가려 있었고 입도 하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남자는 비를 흠뻑 맞으며 노파에게 저벅저벅 다가왔지만 노파의 눈꺼풀은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노파의 눈에는 다가오는 남자의 형상이 사라졌다. 노파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쓰러진 노파의 귓가에 소복을 추스르는 소리가 났고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나이는 오십 여덟, 이름은 우창원.

내 아들을 공개 수배합니다’

가늘고 낮은 목소리가 또 울렸다.

어무니.

<끝>

 

이상실

1964년 전남 완도 출생

2005년 장편소설 『사람도 사는 마을』이 계간「문학과 의식」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현재 인천작가회의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소설집 『월운리 사람들』이 있음.

leessil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