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무신

        

                    임 연 규

 

거사님 술추렴 한번 하러 갈라요?

스님을 따라 희미한 산 길을 한나절 고개를 넘어 가니 산 아래 마을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 내려가 연기가 나는 집에 이르러 스님께서는 잠시 나를 울타리 밖에서 기다리라 하시는 겁니다.

스님은 웅성대는 몇 안되는 마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더니 방에 들어서고 시달ㄹ림 염불 하시는 겁니다

그러던 차 사립문 박에 사자 밥상이 차려지고 아주 낡았지만 눈부시게 흰 려자 고무신이 놓여졌습니다.

임자를 잃은 고무신은 가을 볕에 윤기를 받아 유난히 하얗습니다.

고무신은 사람을 神처럼 모시고 다니다 마침내 신이 되어 떠난 주인을 따라 대문 밖이 저승길인 사자밥상 아래 다소곳이 주인을 쫓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마을 아낙이 망연히 담장 밖을 서성이는 저를 불러 차려 내오는 술상을 받고 보니술추렴은 제대로 온 듯 합니다.

스님의 염불은 더욱 산마을에 낭랑하고 내 술잔은 한나절을 비우며 산그늘도 들어와 앉습니다

해가 설핏해서 그 상가 집을 나섰는데 돌아오는 산길에 시월 보름달이 참으로 속절 없습니다.

처사님 이 산길은 이제 임자가 없어 졌습니다.

홀로되신 어머니께서 초하루 보름이면 이 산길을 넘어와 부처님 뵈러 왔다고 삼십년을 넘게 홀로 다니시던 산길입니다.

나는 어머니께 고무신이 닳으면 다시 흰 고무신을 사 준 것 뿐이지라.

 

 

 

 

 

맑은 나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마냥 不姙의 날은 아니어서

 

대웅전 처마의

 

고드름

 

겨울 끝

 

기다림을 송곳처럼 키우고

 

한나절 따스한 햇살에

 

스르르 그리움을 풀고

 

장열하게 生을 놓으며

 

우주의 심장으로

 

五體投止 하는

 

맑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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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연 규 : 충북 괴산 출생

            * 시와 산문 조병화 .박희진 추천으로 등단

            * 충주 문협 . 한국 현대 시인협회. 불교문인 협회.사람과 시 동인

              현 중원문학 회장

            * 시집 1) 제비는 산으로 깃들지 않는다

                      2) 꽃을 보고 가시게

                      3) 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