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꽃

 

김연자

 

 

병든 어머니가 밭도랑에 앉아 쑥을 캔다

딱정벌레처럼 엎드려 느리게 느리게

시간 속 헤집으며 봄날을 캔다

 

요런 것이라동 한 개썩 캠시롱

아픈 몸땡이 다 이저분께 조아야!

에릴 때 너물 캐던 칭구덜 생각도 험서

씰데없이 묵혔던 원망도 실그시 없어진당께!

남은 날들 또 어처께 살어야 쓰까

조곤조곤 생각해 봐야제

 

쌕쌕대는 어머니 숨소리가

잔기침 물고 도란거리는 사설들

먼 산 보듯 듣다가

그만, 서녘하늘 툭 건드리고 말아

왁자그르르 붉은 노을 엎질러진다

 

살아온 날들 통점마다

혼잣말로 꾹꾹 짚어가는

알뜰한 그 매엥~세~에

보~옴날~은 가~아안다

 

유행가 한 소절마저 숨 가쁘게 넘기는

홑겹운동복 속 앙상한 어머니

휜 등뼈 너머로 장다리꽃 봄날

하얗게 지고 있다

 

 

 

  아직 500m 더

                                 

뿔이 주체할 수 없이 자라 가려워질 때면

사슴들은 이마를 맞대고

새끼사슴 떠나보낸 수탄장 앞에서

서로의 뿔을 긁어준다 

 

늙은 사슴 한 마리가                        

웅크려 앉은 봄 나절

녹동항 뭍을 보고 몸을 떤다

나무 등걸 같은 몸으로는

서로 손잡고 갈 수 없는 길  

동백꽃 뚝뚝 모가지 잘려나가는

천형의 칼날 앞에서도

먼먼 뭍으로만 뻗고 있는 가슴은

만조가 되면 긴 그림자

푸른 바다에 내리며 자란다  

                      

가끔은 뭍이 아닌

하늘로 돌아가는 사슴도 있어서

그는 바닷가 화장장에서

가장 먼저 가려운 뿔을 태우고

몇 개 남지 않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없는 발굽을 태우고

움켜 쥔 성경과 염주와 묵주를 놓는다                         

 

소록도에는 가슴이 젖은 사슴들만 산다

갯바람에 시커멓게 멍든 가슴과

말미잘처럼 꼬물거리는 비애를

바닷가에 말리느라

바람 부는 날은 섬이 간간히 소란하다

 

 

* 약력

 1962년 전남 장성 출생

 1998년 계간 시대문학 등단

 현재, 글쓰기논술 강사

 시집으로 "막막한 어둠을 버티는 일"  "흑백영화 이야기"

  

 *주소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양지마을아파트 104동 402호

 

 * 메일:kyj-s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