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모를

것이여

물안개로

부서져내리는

형광불빛을이불

삼아살진어둠을

담요삼아각진철제

의자에몸을담가반쯤

잠들고반쯤잠들지못한

몸뚱이로꽃배를타고둥

둥떠다니는이맛,모를

것이여책상에부린팔뚝

         깊이잠든얼굴로             침

흥건히고이기도하여

부끄럽기도하지만참

어쩔것이여별할애비

가온다해도쏟아지

는달디단이잠을!

눈비비며긴

밤을

홀로견디는것은

이런재미때문인것을어쩔것이여

 

 

빨간 면장갑

 

빨간 면장갑을 낀다. 눈이 오든 비가 내리든 빨간 면장갑을 끼면 편안해진다. 기름때도 선뜩선뜩한 서릿발도 함부로 범치 못하는 빨간 면장갑을 끼면 그가 생각난다. 더벅머리 서툰 조차원 시절 본무조차였던 그를 생각하면 뜨거워진다. 바람먼지 이는 역구내 자갈밭을 어린 짐승처럼 뛰다 뒹굴다 눈에 박힌 쇳가루를, 가만히 있으라며 치뜬 눈동자에 따순 입김을 불어넣으며 침바른 이쑤시개로 발라내는 그의 손길을 따라, 떨리는 마음 차오르는 땀에 움찔거리던 빨간 면장갑이어. 그대, 기차에 받혀 꺾인 허리 접힌 몸을 품에 안은 검은 하늘 아래 은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가지 끝에 핀 붉은 장갑이어. 울면서 똥창까지 깊이 손가락을 껴본 이는 안다. 꽃잎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둠에 뿌리를 내린 야간열차의 기적이 온몸을 감싸면 우리는 안온해졌던가. 그랬던가. 빨간 면장갑을 끼고 선로변에 나서면 금세 하늘 아래 무서운 게 없어지는 그대와 나는 천상 철도원인거다.

 

 

 

박관서/ 조선대대학원 국어교육과 졸, 1996년 계간『삶, 사회 그리고 문학』신인추천, 1997년 제7회 윤상원문학상 수상. 시집『철도원 일기』간행. 호남선 무안역 근무중.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 리얼리스트100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