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앨범

 

이담에는 셔터를 누를 수 있겠지

놓친 풍경을 바라보며 약속한 후일

꿈같은 집 짓고

꽃씨 뿌린 텃밭에 물을 주는

그러면서 더딘 열매도 기다리는

감나무 몇 천천히 걸어가는 시골 풍경도 그랬다

머문 주소지를 바꾸는 것들의

손수건만 풍경

조각보 잇듯 이어

한 묶음 추억으로 담은 허공 앨범

어머니는 늙어 제대로 걷지 못하고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되었다

아무 때나 넘겨보아도

사람의 어깨 높이 머문 붉은 노을로

마음 밭 이쪽저쪽 인화해 놓은

허공 앨범

 

 

 

 

주사위

 

창문을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내는

바닷가 집 짓는 곳에 떨어진 허드레 나무를

정육면체로 잘라 주사위를 만든다

머리를 이등변삼각형으로 올리고

그 아래 직육면체의 남자와 정육면체의 여자가

작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삼각뿔 다락방에서 내다보는 창문으로

팽팽한 연실처럼 수평선은 걸려있다

수평선은 몇 척의 배를 얼레로 띄우고

아침 하늘에 태양을 올린다

천천히 사포로 문지르는 주사위

동서남북 사방으로 맨질맨질 희노애락을 새기고

그리고 빈 공간 두 면에

유효한 하늘과 땅을 놓는다

완성한 주사위를 던진다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에서

봄과 여름이, 여름과 가을이, 가을과 겨울이, 겨울과 봄이

데굴데굴 구른다

주사위 한 개 집 안에서 음표로 흐른다

 

<충청일보> 신춘문예 동화,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계몽아동문학상 장편소년소설 당선. 지은 책 동화집 : 『안경낀 향나무』, 『할아버지의 비밀』, 시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 현, 포항문예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