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공부1

- 가을귀*

 

김종인

 

 

도라지, 패랭이, 마타리, 개억새 같은

꽃무더기 지천으로 피는 가을꽃떼 위로

가이없는 갈기슭에 갈새가 우네

 

갈매하늘 아래 어디로 흘러가는가

가을하고 난 강벌을 지나가는 강물나그네

강여울 따라 눈부시게 빛나는 강심

 

모진 세월 억세게 견디어 온 가톨 같은 벗이여

하늘하늘 갈꽃처럼 또 헤어져야 하는가

갈기슭 오솔길 너머 흘러가야 하는가

 

바삭거리는 갈비를 밟으며

세월의 미세한 흐름까지 읽는 가을귀,

간들바람에 낙엽이 지는 소리

그대는 떠나고, 떠나가고

낙엽이 지네

가을꽃떼는 지천으로 피고

낙엽이 지네

 

* 가을귀 : 가을의 예민한 소리를 들어내는 섬세한 귀를 비유한 말.

가을꽃떼 : 도라지꽃, 패랭이꽃, 마타리꽃, 싸리 등 가을에 피는 꽃무더기.

가톨 : 세톨박이 밤의 양쪽 가에 박힌 밤톨.

가이없다 : 끝이 없다. 한이 없다.

강물나그네: 강을 곧잘 건너는 사람. 떠돌이를 비유한 말.

강가슴 : 강의 한가운데. 강심.

 

 

 

우리말 공부2

- 꽃무덤* 같은 사랑

 

꽃담 속에서 살아본 적 없노라

꽃트림 한 번 해 본 적 없고

꽃타래 한 번 목에 걸지 않았노라

꽃국물 진하게 먹어보지 못하고 평생을,

가시울타리나 돌담, 철창 속에서 보냈노라

 

진달래 꽃비처럼 떨어져

이제 꽃그늘 속에 묻혔거늘

산 자여 여기와 노래하지 마라

꽃눈개비 떨어지는 꽃불무덤으로

꽃처럼 아름다운 이름이라 부르며

꽃울음 흐느끼지 마라

 

꽃샘추위만 와도 이불 속에서

꽃처럼 붉은 눈물, 어쩌구 할 테니

차라리 꽃바다에 빠져

죽어버려라 꽃무덤 같은,

사랑이여.

 

* 꽃무덤 : 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

꽃국물 : 고기를 삶아낸 뒤에 물을 타지 아니한 진한 국물.

꽃멀미 :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에 취하여 일어나는 어지러운 증세.

꽃불무덤 : 불이 일어날 정도로 뜨거운 가슴을 죽음의 상태로 비유한 말.

꽃타래 : 꽃이 주절이주절이 많이 피어 있음을 실타래에 비유한 말.

 

 1954년 경북 금릉 초실 출생. 1983년 겨울 『세계의 문학』에 작품 발표

시집『흉어기의 꿈』 (서울, 온누리),『나무들의 사랑』(대구, 문예미학사),

『내 마음의 수평선』(서울, 시에) 등 분단시대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현재 김천생명과학고 교사로 근무

* 주소 : 740-070 경북 김천시 황금동 74-2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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