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죽음

 

안현심

 

 

두 눈을 꼭 감고 남근을 탐하던 암사마귀는

정수리 진액까지 뽑아낸 수놈이 혼절하면

절정의 몸부림이 가시기도 전에

왕성한 식욕으로 지아비의 몸뚱이를

머리부터 아삭아삭 먹어버린다

 

너와 내가 완전하게 합일하는 것

한 치의 여백 없이 일치하는 것

둘이지만 하나처럼 보이는 것

나를 통해서만 몸짓하는 것

 

완전한 합일은

오직 죽음뿐

 

 

 

황제펭귄

 

알 낳느라 쇠약해진 아내를 바다로 보내고 아비는 넉 달 동안 알을 품지 두 발 위에 알을 올려놓고 아랫배 가죽으로 덮어씌운 후 행여 빙판을 구를까 칼바람에 베어질까 노심초사 걷지도 못하지 폭풍이 휘몰아오면 둥글게 모여서 펭귄밀크를 저장해올 아내를 기다리지

 

어미아비의 몸이 반쪽이 되어갈 쯤

아기들은 빙원의 주인으로 향기롭지

 

눈부신 설원은 우리들의 놀이터

까꿍까꿍 퐁당퐁당 꺄르륵 꺄륵

 

얼음왕국 누릴 이 우리밖에 없어서 황제펭귄이지

 

 

≪불교문예≫(2004년)에 나태주․문정희 추천으로 시인이 되었고, ≪유심≫(2010년)에 최동호 추천으로 문학평론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