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집이 쓴 편지

 

김 종 경

 

 

저 멀리 바다 건너에서

갯바람이 불어올 때면, 나 홀로

텅 빈 여객선을 타러 떠나고 싶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빠져나온

오름과 내림이 수인사하는 달동네 막차라도 좋아

폐항廢港의 포구에 처박힌 낡은 등대처럼

기꺼이 옛 사랑 찾아가 무릎 꿇고 싶다

 

한줌 폭풍이 날갯짓 할 때도, 내 마음은

밤새 출렁이다 쓰러지고

바람났던 유채꽃의 부음이 들려오면

뭍에서 지친 마음 꿈속이라도 일출봉에 오르는데, 가끔은

석양을 물질하던 한라의 미소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 있다

 

성산포에 홀로 앉아

해삼 멍게에 소주를 마실 때면

푸른 파도가 달려와 함께 울어주던, 내 청춘의 서러웠던 시들이여

태초부터 바람의 환승역이나 종점은 아예 없었으니

이젠, 조용히

뭍에서 저물어 가는 또 다른 청춘들이여

빨간 편지함이 있는 바다 건너 올레길 옆, 어느 시인의 집을 지나거든

뒤뜰에 주저앉아 바람에게 장문의 연서를 쓰자, 하여

세상 모든 바람들이 모이는 날이면

내 첫사랑 부둥켜안고 펑펑 울고 싶은

 

정말, 그런 날이 있다

 

 

 

균형

 

 

잠자리 날자,

 

아팠던 마음 한쪽이

 

출렁거린다.

 

 

 

오후 6시,

 

저물어가던 운동장도

 

순간

 

기우뚱 흔들리고.

 

 

 

지친 노을,

 

불콰해진 어깨위로

 

유쾌하게

 

쓰러졌다.

 

 

 경기 용인출생. 2008년 계간 『불교문예』등단.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현 용인신문 발행인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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