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고미숙

 

 

붉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종기처럼 박혀 있던 가슴앓이가

긴 목을 빼들고

소슬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면서

길게 한숨 내뱉었다

 

나는 선운사 계곡

물속에서 울고 있는

일그러진 꽃이

나인 줄 모르고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이 몰려와

시린 몸속으로 흘러드는 물소리

노을 흠뻑 머금은 바다로 자라

파도의 손톱 날을 세우고 있는지

속이 붉게 파여 갔다

 

나를 만나고 있는 그도

내가 저인 줄 모르고

붉은 울음 터뜨리며

또 다른 나를 부르고 있었다

 

눈보라 속을

푸른 맨발로 걸으며 찾아 헤매던 이가

물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나인 줄 모르고

 

 

 

 

빨간 풍선

 

 

숨 가쁘게 날아오른 빨간 풍선이

0시의 가쁜 숨을 거두네

터지네

눈 내리네

 

마주 앉아

새벽을 맞자던

떡국을 먹자던

맹세가

거품의 날개를 달 줄이야!

 

조문객처럼 밀려드는 눈보라

 

가슴에 조등을 켜 달고

여자가

흰 국화꽃잎을 뜯어

하늘에 던지네

 

향기로워라 흩떨어지는 맹세들!

 

묘비명도 없이

바람의 골짝에 묻히네

 

 

 

전북 익산시 목천동 한스빌아파트 102동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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