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無花果

 

꽃 피울 새 없이 아이들 낳고

세월만 흘렀다.

서러워 마라 지상의 나무들아

뼈마디 꺾이고 흐느끼는 것이 어디 너뿐인가

언제 우리 환한 꽃 한 번 피워 낸 적 있더냐

피웠어도 아주 잠시

세상에 왔다가기나 한 건지

꽃 목이 떨어지고

진물 고인 잔가지에 새순이 돋자 비로소 열리는 하늘

그래서 지상의 나무들은 모두가

無花果,

크든 작든 상처 끝에는 열매가 달렸다.

훈장처럼 달랑달랑 새하얀 구름젖 물고

달달한 숨 내쉬고 있다.

 

 

드럼통 화독

 

어둑새벽 인력시장에 서성이는 사람들

누군가 불씨하나 들고 와서

우두커니 서있는 드럼통에 불을 사른다.

온갖 잡동사니 어둠을 쏘시개로

활활 타오르는 화통

세상 사람들은 날아가는 불티를 보며

높이 올라갈수록 재수가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모닥불은 식어가며 말한다.

내 비록 재가 될지라도 불씨는 남겨야지

눈감고 하얀 재가 되기를 기도한다.

화독보다 더 뜨거운 불씨 하나

하루 일자리 찾아 떠나는 사람을 위해

얼른 자리를 떠야 할 사람을 위해

드럼통은 뜨거운 몸을 이끌고

슬금슬금 먼저 자리를 뜬다.

 

 

 

최순섭 : 충남 대전 출생. 1978년<시밭>동인으로 작품활동시작. 2007년 <작가연대> 등단. 고양작가회 이사. 창작21작가회, 열린시조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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