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 

 

 

어떤 이에게 사랑은

벼랑 끝에 핀 꽃이다.

 

굳이 숨기지 않더라도

숨은 꽃이다.

 

사랑의 절정! 같은 말은 어울리지 않아라.

가슴 깊숙이 감춘 손은 오래 전에 자라기를 멈추었으니.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 사랑은

손닿을 수 없는 벼랑 끝의 영원히 손닿지 않는 꽃이다.

 

 

꽃과 새가 있는 집

 

1.

꽃들이 창백하다.

이 집에 든 꽃들이 창백하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이름만으로도

앞뒤 어떤 꾸밈말 없이

색깔만으로도 어울림만으로도

어여쁘고 빛나는 이름들이

이 집에 들어 창백하다.

하늘의 무지개

하늘의 별도 이 집에서는

경쟁이다!

전쟁이다!

모두,

창백하다.

 

2.

일요일, 봄맞이 산행을 갔다. 마른 나무껍질을 비집고 틘 어린 새들을 보았다. 무엇을 버티는 것일까, 날개를 한껏 오므린 어린 새들. 내려올 때 보니 올라갈 때보다 더 날개를 말며 웅크리고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뒤집힌 계절의 깡 추위와 오랜 가뭄이 이 어린 새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감옥이구나, 무덤이구나. 뒤이어 떠오르는 아이 생각. 0740 0730 0720 0710 0700 에서 2300 2310 2320 2330 2340 까지. 아이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학교에 갔다.

 

3.

나의 꽃잎, 너의 꽃잎, 나의 깃털, 너의 깃털,

하나만이라도,

 

창백한 꽃잎, 오므린 깃털,

그러하더라도, 하나만이라도,

 

내밀어,

내밀게 바꾸면,

자꾸 내밀고 또 내밀게 바꾸면,

 

처음엔 한 이파리 스치듯 지나는 가벼운 바람일지라도,

내민 꽃잎 내민 깃털 함께 꼭 잡게 바꾸면,

 

협력의 물결 고요하게 일렁이고,

공생의 바람 반란처럼 온 이파리 흔들어,

 

마침내 바뀌는 집,

마침내 따라 다 바뀌는 세상.

 

우선 하나만이라도,

내밀어,

내밀게 바꾸면,

 

 

 

* 남 태 식

약력 :

2003년『리토피아』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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