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신호등

 

\死後에도

그 존재가 확실한 용도의

돼지나 소 막창같이 질긴, 저 붉은

신호등의 붉음 앞에서

멈추고 멈추어 온 나는 지금도 멈춘다

저 붉은 신호등의 붉은 색은 다만

나를 잠깐 멈추게 하는 가식인가

내가 진짜 멈추는 이유는

신호등의 저 붉은 색이

질서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환상 때문인가

 

 

 

 

그 무렵,

 

 

 

 

흙의 수염인 앞마당 잔디를 야금야금 가로질렀겠다 그 옛날 소 꼬랑지 벽을 문지르던 자리쯤 서서 팔짱을 끼자말자 눈높

 

이의 남산너머로 유월 석양이 한순간에 꼴까닥!

 

 

누군가 파심은 채송화와 매발톱 흰 쪽문 아래의 애기똥풀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석양이 우리와는 확연히 다

 

른 존재라는 것은 바로 이때부터다 엷은 술 냄새에 빈혈기마저 화악 끼치던 석양은 온 몸이 한 개의 등신불인 그것이 퉁

 

퉁 붓는다 그리고 특유의 이별식으로 우릴 새 피의 공급처 혹은 쓸쓸한 강가로 데려갔으니

 

꽃같이 죽은 아이 감꽃처럼

꽃 맺지 못할 송화처럼 분하고 부운 젖,

 

그 강에 가면

언어가 가난해지고 반대가 자유이다

기다리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한 개도 없는 전화번호에

도시가 필요없다

 

너는 한 개의 강으로 누워

우리는 네 곁에서 무당꽃처럼 잠들고

준비한 한 필의 무명천같은 손길로

일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한 접시의 박나물처럼 남기지 않을

짧은 순간을 오래 대접하는 너는

바로 하나의 희귀한 미련이며

하나의 속속한 정

 

유월이 자리해* 유감없이 낮은 석양은 강물따라

살아생전 끝낼 수 없는 장편, ‘소신공양’이 되었다

토란의 넓은 귀에 고인 이슬조차 생사의 눈물 구구절절 하였다

 

이 무렵, 온 나라는 강을 앓고 울음소리 끊이지 않았다

 

*인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