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벌레를 잡으며

 

김영애

 

 

무더운 여름날 쌀자루에

벌레가 꼼틀댄다

 

빛깔 수수한 날개를 달기 위해

몸을 비비고 살을 에이면서

고행의 길을 간다

 

넓다란 그릇에 부어놓고

손가락으로 정신없이 잡아내는데

 

도망가던 한 놈이

꼼지락 거리며 문자를 쓴다

 

‘나도 쌀벌레, 너도 쌀을 먹고 사는 벌레’

 

몇 번을 읽어봐도

그렇게만 읽힌다.

 

 

 

 

 

매화나무 한 그루가

창백한 얼굴로

나오는 사람도 들어가는 사람도 없는

잠긴 대문 앞에서 긴 잠에 빠졌다

열차의 긴 정적

트럭의 털털거림

아무것도 눈 감은 매화나무를 깨우지 못했다

 

어디서 왔을까

작은 새 한 마리가 바람을 물고와

가녀린 발로 가지 끝에 앉아서

모둠발로 뱅뱅 뛰어가며

바람을 꼭꼭 찍어 넣더니

매화만 알아듣는 긴 언어를 종알거렸다

 

봐줄 이 없어서 웃지도 못했다며 그제야

봄새 앞에서 감았던 눈을 뜨고

입술을 배시시 연다

골목이 출렁인다

머지않아

대문 열리는 소리도 날 것 같다.

 

 

 

 

 

여영 김영애 경북 영주

한맥문학 2005년11월호 신인상. 시조문학 2007년 가을호 신인상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회 영주지부 회원한국시조시인협회. 월하시조문학회. 시조문학문우회원 .영주시조.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저서

시조집: 별이 되는 꽃. 초승달에 걸린 반지, 쪽빛 하늘 한 조각 수상.국제문화 예술상.허난설헌 문학상 .에피포트 문학상. 시조문학 제4회 좋은 작품집상

2012 시조문학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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