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김수화

 

 

해질녘 방천길 따라

아버지 마중 나설 때처럼

옛길 그대로 반긴다.

 

깊은 잠에 빠져 든

아늑한 늪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심연에 잠겨 있던

오래된 기억들이

안개 되어 피어오르고

강물로 뛰어든 시간조차도

불러들이면

 

새들은 날갯짓으로

추억을 퍼 나르고

묶인 채, 물결 따라 꿈꾸는

사공 없는 배 위에

단발머리 소녀가

아버지를 기다린다.

 

 

 

그늘과 풍경 사이

 

달빛의 향기로

꽃물들인 달맞이 꽃

참매미 나무 품에서

한 생을 풀어 놓고

새들은 나뭇가지에

발자국을 남긴다

 

잠자리 풀잎 끝에

까무룩 선잠 들면

소나기 서러운 가락에

불어나는 도랑물

사는 게 달과도 같아

날마다 채우고 비우며

 

누구나 생의 여울목

소나기처럼 만나도

세월은 눈금 따라

삶의 무늬 새기며

가을빛 머문 산처럼

고웁게도 저문다

 

 

경북 선산 출생, <자유문학> 등단, 한국문협, 경북문협,

김천문협 회원, 경북여성문학회 부회장,

김천시 청소년 문화의 집 논술 토론 강사

시집 <햇살에 갇히다>, sohie42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