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자리

 

 최형심

 

 

음영이 없는 내부로 물소리가 차오른다. 단단한 품안, 푸른 방 한 칸이 안으로 눕는다. 우두커니 바닥이다.

 

머리 위에 판각된 하늘을 기억한다. 환절기의 입질도 드물어지는 저문 밤, 물소리 너머 지상에서 꽃잎을 열고 닫는 소리 들려온다.

 

나비 한 마리가 읽어 내린 하늘과 바다 사이의 행간, 짓눌리는 수압이 바다의 연보가 된다. 물길을 풀어 이마를 헹구는 일이란 연질의 내부에 뼈마디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물길이 안으로 휘고 있다. 물렁한 내면이 맨 처음 두고 온 천공을 만지던 날, 그물에 걸린 노을 한가운데 서서 스스로 미로가 된 내력이 공중으로 흘렀다. 수중의 계단을 올라 야광의 무표정이나 될까. 견고해지는 감각이 갑각이 되면 모천에 이르기 위해 집을 짓는다. 질긴 파도소리에 묶였다.

 

물소리가 천공의 한때를 지나 천문학자의 눈가로 몰려갈 것이다.

 

균열이 없어 깊어진다고 그늘에 누워 썩은 살을 먹었다. 어떤 고요를 견디는 것은 갑각의 외연 안에 머무는 일이라고 거품을 문다. 바닥의 서사를 살아내는 저만치 여울이 있다.

 

 

 

 

모래시계

 

 

아래로 향하는 것들은 쌓여간다.

일기예보를 따라 누군가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도마뱀이 차도로 뛰어들고 있다고 양손에 가득한 전언이 뚝뚝 떨어지면

버찌의 시절은 가고

핏빛의 바닥을 건너는 발꿈치가 젖는다.

이내 물러지는 살들이 녹아내리고 인적은 드물어진다.

 

부나비들 사르르 내리는 소리 듣는다.

불빛은 불친절한 안내자라고 책방 점원은 비스듬히 앉아 책의 낡은 깃털을 만진다.

바람이 때로 방향이 될 때 서쪽 주방에서 마리, 마리아, 마리사가 운다고 끄적인다.

가는 목을 가진 시간이 휘어지고

맨 처음의 얼굴들은 낱알이 되고 오른편으로 저만치 기우는 슬픔을 가진 꽃들에게서 미립자의 꽃말을 빌린다.

흐느끼는 목덜미들이 멀리 갈 것 같다.

 

유성우 쏟아질 때, 갈잎큰키나무는 거꾸로 서서 숲이 된다.

발아래 낱말을 묻기 위해 지루한 수염은 자란다.

얼룩을 따라 푸른 파열이 유랑의 무리들을 저만치 보내고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목각의 시계를 지나 한 시절이 오고 한 시절이 갔다.

 

녹색 군무를 빠져나오는 잎 하나 기억한다.

피곤한 마리와 천천히 잠드는 천체가 나란히 이별한다.

마지막 모래알이 바닥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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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2008년 <현대시> 등단, 2009년 <아동문예>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2012년 <한국소설> 신인상 수상.

주소 : 133-850 서울시 성북구 용답동 232-1번지 신창 비바패밀리 406호 최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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