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염색체에 대한 연구

 

겔(Ger)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문패에 새겨진 암호를 풀어야 했다

머리 한쪽에 뿔이 난 낙타와 등 한쪽에 말갈기가 달린 생선,에 대해

 

북극星에서 왔다는,

알콜램프 거인처럼

겔은, 칭기즈 칸이라고, 과학실에서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각종 수식과 기호를 다량으로 섭취한, 주정뱅이처럼, 아이락을 마시며

 

괄호 안의 부호들은, 괄호 밖 말줄임표와 작은따옴표의 동정심에 놀아나지도 않았다

분할과 덧셈은 과다 세포증식을 가져왔지만 누구의 파이도 파이만큼 늘어나진 않았다

막 구워낸 전각과 반각의 기호들이 수식의 강으로 뛰어들었다

사라진 콩나물대가리를 수식의 강기슭에서 봤다는 제보도 있었고

어느 교각에서 봤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이 와중에도 잠수부들은 다이빙을 멈추지 않았고 그 누구도 불어터진 입술에 대고 인공호흡을 요구하지 않았다

 

막 태어난 별이 꼬리를 물고 자진했다는 소식이 채 전해지기도 전에, 반쯤 잘린 높은음자리의 마디는 병상에 누워 연방 기침을 해댔다, 덕분에 부호들은 헐값에 전각기호․반각기호․콩나물대가리․별꼴을 얻을 수 있었다

 

괄호 밖 주전부리가 된 낱말과 헐값에 잘려나간 생선의 뿔을 찾기 위해

마이크로현미경을 조절하며 초원을 누빈 시간은(행운을 찾겠다고 클로버 밭에 머리를 파묻고 온 그날만큼) 웃자라 있곤 했다 녹슬지 않은 젓가락과 바람은 굽은 평행선을 달리면서도 전력질주를 하진 않았다 다만

 

다리 위 난간은 늘 먹성이 좋았고 반찬투정을 하는 강물은 (사계절 내내) 푸른 이를 번득이며 출렁거렸다 강 밖으로 밀려난 인공호흡과 교각에서 사라진 파이가 피를 흘리며

 

* 4번 염색체 : 46개 염색체 가운데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전자

 

 

 

바람벽에 바람이 머무는 밤

 

10 2010-10-18[09:24] 인터넷 0 200,000 3,417,168 흑점의사내 전자금융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어요 단풍에 물든 그녀가 바스락거리며 말했어요 불을 삼켰어요 그의 불은 더 뜨거웠어요 불을 삼킨 입술은 달콤했고 발자국소리 들리지 않게 몰래 빠져나오기만 하면 그뿐이었죠

펼쳐진 당신보다 입으로 쓰윽 밀려오는 딱딱한 카드가 더 좋았어요 딩동♬ 붉은심장이 정훈교님의 정자은행 007-007*** 계좌로 45,000원을 송금하였습니다.

 

34 2010-10-28[19:05] 붉은심장 45,000 0 3,372,168 소금장수 가상계좌

 

파란 바람이 살랑살랑 꼬리칠 때마다 한 놈 두 놈 목이 딸려나갔어요 앙다문 갈비뼈가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한 쪽으로 몰린 힘의 무게가 결국 한 쪽 귓볼을 갉아 먹어요

 

원래 그녀와의 거리는 찰랑거리는 물결 한 장 차이로 가까웠는데 불을 삼킨 놈을 보더니 더 좋다고 가버렸어요 눈두덩에 빨간 마스카라 칠하고 가을이 노오랗게 물들었지요, 이제 훅훅 눈보라 몰아칠 테고 여편네는 학학 가쁜 숨 몰아쉬겠죠 ※ 마니(MAN-YI) : 2007년 제 4호 태풍이 많이 그리워요 뭐든 휩쓸어가는 그녀는 곧 터질 거예요

 

24 2010-11-10[19:05] 안드로이드(星) 12,000 0 3,360,168 주기율표 전자금융

 

그녀의 촉수에 팽팽한 긴장이 돋았어요 발기된 별은 혀를 낼름거려요,

 

드라이아이스로 된 카드전표기에 여편네가 몸을 넣는가 싶더니 공중부양하며 강으로 급선회하지 뭐예요 할미꽃처럼 오래된 해저엔 지금쯤 단풍이 들었겠죠 일제침략, 부처 목이 달아나고 그녀의 손등을 꿈처럼 꼬집어요 마당께 밝혀 놓은 백열등 아래서 그녀의 첫소릴 들었어요 심지가 까맣게 탄 촛불은,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었나봐요 한쪽이 패하자 남은 한쪽은 불 위에 새로운 역사를 썼어요 잠시 스쳐간 바람이였대요

 

영화 ‘연애의 목적’

강혜정이 박해일에게 얘기합니다

“처음 봤는데 내가 왜 좋아요?”

 

34 2010-12-25[00:00] 모나리자 0 44,000 3,316,168 흰눈썹의그녀 가상계좌

 

평소에 안 쓰던 근육들이 곤혹스러워 해요

허리가 잘록한 마네킨과 활엽수 방식에 대해 길게 용서를 구했고,

나지막한 추도식도 가졌어요 까맣게 타다만 그녀의 눈동자가 초경을 시작했어요

수백 년 길어 올렸다던 눈물샘이 마르기 시작했다는 증거예요

흐르네 지금.감사.고마워요.그녀가 마지막은 절대 아니라고 했어요

 

딩동! 000님! 더 이상 인쇄할 면이 없습니다 다음 장으로 넘겨주세요

 

 

약력 : 2010년 계간 『사람의 문학』등단. 대구작가회의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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