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소식

 

박관서

 

풀벌레 울음소리 가득하다

이른 저녁 땅거미와 함께 찾아와

군데군데 무너진 역사 둘레 담벼락을

무시로 타고 넘어 풀수밭 가득히

밤늦도록 멈추지 않는 풀벌레 울음소리여

낯선 숙직실 얄팍한 선잠을 걷어내고

부스스한 얼굴로 나선 새벽 두 시의

작은 역사를 여전히 점령하고 있는

벌레들의 울음소리여 아무런 인수인계도

손뼉치는 맞교대도 없이 떠나감을 준비하는

풀벌레들의 아우성 속으로 푸짐한

수육 한 접시에 소주 몇 병을 나눠 마시고

어둔 얼굴로 밀려남을 걱정하며 돌아가던

옛 동료의 뼈처럼 깊은 위안이 들려오고

간간이 먼길을 달려온 야간열차의

환한 불빛 맑은 기적소리에 묻혀 짙푸른

밤하늘의 별들 총총한 속삭임과 함께

지새는 한 밤이 어찌 슬픔뿐이랴 돌아서서

단단한, 흰 소금기둥으로 한 점 불빛으로

지켜내는 어둔 들녘은 또 이리 아름다워서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온몸 가득

돋아나는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신새벽 통근기차가 올 때까지 나는

전호등처럼 깜박깜박 잠들지 않았다

 

 

 

봄소식

 

어머니와 아내가 외출 나갔다

식도 들어내고 위를 잘라낸 어머니

근 석 달 동안 멀건 미음 한 두 수저로

하루하루를 때우던 칠순의 어머니

끍 끍, 온 삭신을 쥐어 비틀어

밭은 가래를 뱉어 낼 때말고는

한 점의 기력도 없이 나날이

졸아드는 팔다리 일어난 각질들

이불 옷 카펫에 폴폴 달라붙어

눈 흘기는 식구들이야 그러건 말건

소멸되는 것들은 다 홀로라는 듯

세상 무엇도 싫어 고개만 절래절래

피마자 씨알처럼 탱글탱글한 눈으로

속으로만 속으로만 파들어 가던

어머니와 아내가 목욕을 갔다

창틀 가득 피어난 연둣빛 햇살,

눈이 다 환하다 봄님이 오셨다

 

 

박관서/ 전북 정읍생, 조선대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 1996년 계간『삶, 사회 그리고 문학』신인추천. 제7회 윤상원문학상 수상. 시집『철도원 일기』간행. 한국작가회의. 리얼리스트100 회원. 현 호남선 무안역 근무. ddh21@hanmail.net

 

주소: 전남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예술인촌 월선길 129-2

ddh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