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시집

 

서 하

 

아침부터 까챙이가 울어쌌더니 두툼한 택배가 왔는데요

우째 이런 일이

함께 2쇄에 들어간 오탁번쌤의 시집<우리 동네> 시 열한 편이

서하 시집<아주 작은 아침>에 갈구쟁이를 휘딱 걸치고 있었어요 우두망찰!

알고보니

내 시 열편은 오쌤의 시집 어느 갈피에 몽땅 쏘옥 안겨 있다네요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한눈 팔지 않은 사람은 시방 돌아앉으세요

뜨거운 밀회, 보리밭인지 물방앗간인지

스스럼없이 고의춤 끌런 핫아비와 새물내가, 문장과 문장이,

꼬장주 벗고 홍글래비처럼

그림자 꼬꾸장하게 비치었겟지요

싱싱한 모국어와 끗발이 저토록 편안히 몸 섞다니요

달콤하게 서로의 품안에서 백마 타고 자갈길 달릴 동안

먼지는 또 얼마나 은밀히

댓바람에 끊어졌다 휘어졌다 했을까요

아무리 배 채워도 허기가 멎지 않는 가오나시*도 울고 갈

시치미 딱 떼고 미동조차 없는 저 영악한 괴물!

우리 동네, 아주 작은 아침이 갈피갈피 온전히 껴안는 일,

엉덩이 뿔난 봄날,

만삭의 햇살처럼 두툼하네요

 

*가오나시: 애니메이션 ‘센과 치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아무리 배를 채워도 허기가 멎지 않는 괴물

 

 

 

달맞이꽃

 

남들 공부할 때 일하고

 

남들 다 잠 든 밤에 책을 펼친다

 

밀어낼 수 없는 잠이 거미줄처럼

 

방사형으로 몸을 점점 옥죈다

 

잠은 어디서 놀다가 이제야

 

산처럼 밀려오는지

 

볼펜 꼭지에 이마를 짓찧기 일쑤다

 

나를 잠들게 내버려 둬다오

 

몸이 맘 놓고 무너지도록

 

정신만 가래처럼 카악! 뱉어다오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쓰는데

 

잠은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팔도 없고 다리도 없는 달빛은

 

왜 수런수런 번지는지

 

내 마음은 왜 환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