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최기종

 

병실에서 어머니 활짝 웃으셨다.

노인성치매 증상으로

먹은 나이 조금씩 까먹어서

이제는 갓스물이 되시어

인공때 노래 부르면서 복사꽃 화알짝 피우신다.

이것 걸리면 최근 기억부터 파먹는다고

어제는 맵고 맵던 시집살이 살더니

오늘은 인공을 살고 해방을 살던 처녀적이다.

그 많은 세월 참고 살았던 둑이 터졌는지

아침에는 구부러진 여울목에서 눈 흘기더니

지금은 눈꼬리 내리며 아들이 반갑다고 하신다.

주치의는 기억의 두께가 점점 내려간다고

마음의 폭이 점점 좁아진다고 했다.

이렇게 쑥물이 빠지다 보면

하얗게 색이 바래지는 것일까

이렇게 강이 밭아지다 보면

바닥이 드러나서 흐름이 멈추는 것일까

있는 것 없는 것 다 주기만 해서

영산강 오니층처럼 요실금 앓는 것인지

너무 많이 까먹기만 해서

영산강 하얀 풀잎처럼 떠가고 있는 것인지

허리가 기역자로 구부러진 어머니 강둑에서

지팽이 짚고 아들이 반갑다고 하신다.

 

 

 

영산강 하구언에서

 

광주에서 나주에서 영암, 함평, 무안에서

밀려온 쓰레기들

플라스틱, 스티로폼, 페트병, 캔류, 나무조각, 신발짝, 비닐봉지 같은 것들

이제 더 이상 밀려날 곳 없어서

거대한 체증이 되었나

부유물질 쌓이고 쌓여서

한풀이 시위라도 벌이고 있나

밀려날 대로 밀려나면

새 길이 보인다고 하던데

여기는 별 하나 뜨지 않는구나

있는 것 없는 것 다 버리면

새처럼 날 수 있다고 하던데

변비통 잡념만이 바리바리 떠있구나

쓰레기들 밀리듯이 이 몸도

거대한 체증에 걸렸나

버려지는 뼈아픔에 걸렸나

물안개 낀 주룡포구에서

폐선 하나 가물거리는구나

 

최기종

1956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남. <포엠만경> 동인, 교육문예창작회 활동, 1992년 교문창 시집『대통령 얼굴이 또 바뀌면』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나무 위의 여자』,『만다라화』, 『어머니 나라』가 있음. 목포작가회의 회장

주소 : 목포시 옥암동 1321번지 한라비발디아파트 108동 801호

메일 주소 : jogi-cho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