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시장 1

-입춘

 

카페 플로체는 아직 동안거 중이다

출입문 앞 이젤에 빼곡히 적힌 이름들과 함께

 

늦잠에 빠진 아이를 깨우듯

가만히 그들을 불러본다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잠에서 깬 글씨들이 긴 하품을 하며

비실비실 목젖을 타고 넘어간다

커피 향이 슬쩍 코끝에 걸린다.

 

“수도가 얼어서 영업을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문고리에 걸린 안내문이  바람에 흔들린다

맞은 편 가게문은

성급히 봄을 풀칠하고 있다.

 

 

 

방천시장 2

-광석 앓이

 

통기타가 김광석을 끌고 골목을 걸어가요

그 발자국 밟으며 나도 걸어가요

골목은 온 종일 그와 노래하고

그와 골목 사이 슬쩍 끼어 나도 함께 노래해요

 

그가 벤치에 앉아 흐린 하늘에 편지를 써요

그의 어깨에 기대어 편지를 읽어요

카메라 렌즈가 그와 나를 냉큼 집어 삼켜요

사진 속에 박제된 그와 내가 제법 잘 어울려요

 

나는 지금

‘광석 앓이’ 중이에요

 

 

 

곽도경

2010년 《시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풍금이 있는 풍금』이 있음.

현, 《시하늘》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