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받침

                                               

                                                      박경조



장롱 위 한복상자 내려야 하는데

글쎄 내 무게를 받치러 온 식탁의자

허공 깊어, 섣부른 나를 내팽개친 것

쩌-억 허공이 그어버린 오른쪽 손목


금이 간다는 건

부러진 틈보다 오래 간다는 것

오른쪽과 왼쪽

위와 아래

한 쪽이 아프면

나머지 한 쪽이 더 쓰라린 것

한 쪽이 베이고 나서야 알았다는 것을,


한 때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했던 손

그 손으로 이별 또한 어루만져야 했던

가령, 양 손이 꽃의 일생이라면

거친 세상을 버무리고 치대던,

어미의 순한 손이 되기까지 팽팽하게 받쳐 준

꽃 받침 같은 내 손목,


이렇게 깊이 들여다본 적 없다



어느 봄

박경조



체위 변경을 해주며

요양원 밖

막 움트기 시작한

봄 소식, 수다로 옮겼더니

맨발로

소복소복 밑거름 다져

육남매 처처에 심던

문득 한 삶이 걸어온 어느 봄

내가 듣는다

활짝, 활짝 피워낸 여섯 꽃자리

저도 차츰 발길 뜸해진 봄, 봄 다시와도

좌측 편마비

양쪽 하지구축의 몸 되어

텅, 모래사막에 갇혀


- 봄날이 와 이래 지엽노*


일흔 아홉, 덧없는 사투리

내 실습일지의 마지막 한 줄,


* 지루하다의 경상도 사투리


약력 : 경북 군위 출생, 2001년 계간『사람의 문학』등단

       대구작가회의, 대구시인협회 회원, 시집『밥 한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