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봉화
-낙동강 4

밤 내내 제 깃털에서 뽑아낸 실로 하늘울음 깁고 있을지언정
학은 함부로 울지 않는다는 어른 말씀을 이정표 삼아
일제강점기와 육이오 사변 그리고 가난,  시대적 급물살에 휩쓸리며 오직 내 가족을
살려야겠다는 지푸라기 한 올 잡고 흘러온
지금 아흔 여섯 세월의 강물에서 이봉화, 내 어머닌 울 여가 없었다
악다문 입 열 틈이 없어서 울 수도 없었다

'일제강점기, 외지에서 근무하는 네 아부지 삼년만에 찾아가니 이미 딴 여자가 있었지 어린 네 오빠 둘과 시동생까지 데리고 겨울바람 불면 냄비까지 날아가버리는 제실에서 끼니 걱정하며 사는데 어느 날 도저히 더 견디지 못해 떠나겠다는 내 눈물편지 한장 읽고 네 아부지 김월분이란 그 여자 정리하고 경산으로 흘러갔어

그 당시 식구 한 사람 당 쌀 한 주먹씩 주는데 쌀밥은 네 아부지 드리고 아아들은 우짜든지 점심 굶기려고 나락 이삭 주우러 다니면 그래도 제법 양식이 되었어 그래도 쌀 배급하는 사람은 우리집엔 쌀 한되씩 더 얹어주더군 그 시절 고향을 지키는 사람은 밥은 굶지 않았지'

바람든 지아비의 마음방향을 돌리고 고향 논두렁에서 시아버지를 펑펑 울린 며느리의, 아내의 그 애간장 끓이는 편지 한 장이 바로 사람을 감동시킨 명시 한편 아니겠는가

연애편지 한 장 쓰지 못한 난 언제 살 떨리는 문자로 누구의 가슴 저리도록 울려본 적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