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



청송 쪽 35번 국도를 따라 흐르다 보면

하늘로 가는 길 열린다

천 길 낭떠러지가 길이었고

발부리 끝이 벼랑이었던 기억을 더듬어

별들이 길 내고 있는 보현산 천문대

소소리바람에도 시린 속내 들키는 시루봉 열어

살며 쪼이던 당신을 꺼낸다

아득히 멀어서 평생 말문 닫은 당신

차마 뱉을 수 없었던 말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데

주머니마다 꾹꾹 눌러 담은 그늘이 소복하다

비층구름이 겹으로 달려들어도

잎은 꽃이 되고 꽃은 별이 되는 곳

하늘말나리 뜨거운 이마위에 직녀별이 꾀꾀로 손 얹을 때

말라비틀어진 몸에도 물이 차올라

구불구불 당신 사랑한 날이 지붕에 푸른 박을 낳는다






새우


서하





힘들 때마다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잠수해버리겠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가 정말 사라졌다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일곱 식구가

새우처럼 옹기종기 잠들던 아랫목에 

두근두근 피어나던 꽃,

민망하기만 한데


세상을 안으로만 껴안은 탓인가

해 저문 뒷산이 내려다보는 마을 앞길도

굽을 데가 아닌 곳에서 슬며시 굽는다

  

찬바람 굽은 채 마당으로 깔릴 때

사라진 새우 기다리며

파도는 꼬박 밤을 새운다



♧서하(徐 河)


경북 영천 출생

1999년  계간시지『시안』신인상 수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시안시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

     시집 『아주 작은 아침』시안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