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풍경


황명강



전봇대 서있는 풍경은 서정적이다

책가방 둘러메고 뛰던 유년의

공터에 박힌 따뜻한 위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전봇대에 얼굴을 묻고

자주 술래가 되곤 했었다


눈을 뜨면 사방 어둠이 물들어

딱딱한 어둠에 눌려 혼자 울곤

했는데, 


젖은 어깨 토닥여 주던

전봇대의 크고 기다란 손


누군가 지금도 서정을 말하라면

내 마음 훔쳐보던 전봇대를 떠올린다

단발머리 계집애 하나

감꽃처럼 쪼그리고 앉아 있는













촛불


황명강



어둠을 핥아대고 있는 저

널름거리는 혓바닥을 봐

비명 지르며 허공들은

불의 입속으로 삼켜지고

조금씩 

어둠의 나라 정복하고 있는

저 짐승의 식욕을 봐


내 안에서 나를 핥아대고 있는

이 짐승 좀 보라지

내 오장육부를 삼키고

대뇌와 소뇌를 삼키고

마침내 나를 정복하고 마는

한 마리 광폭한 현재를





약력

황명강

경북 경주 출생

서정시학 시 등단

한국시협, 경북문협, 경주문협 회원

현, GBN경북방송(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