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가출

 

안병호


- 이 땅에 기괴하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결국에는 너희가 어찌 하려느냐. (예레미야 5장 30절)


나의 본성은 원래 좌파였다.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섰고, 바닥에 팽개쳐진 이들을 위해 기도하였으며, 분별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뜻을 증거하였다. 그런데 동방의 목사들과 장로 때문에 삼류 드라마 보다 더한 막장을 보고야 말았다. 말도 소리도 아닌 역한 소음으로 인해 내 귀에선 진물이 흐르고 심히 쪽이 팔린다. 하여 관련된 증빙 몇몇만을 남겨두고 이제 나는 떠난다.

(이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아멘)


지금 집나간 예수께서는 찬바람 몰아치는 어느 지하도 계단 아래에서 추위에 떨며 담배 한 개비 물고 있을 것입니다. 십자가 붉은 불빛 출렁이는 이 밤에도 



『관련된 증빙들』


. K모 목사

나는 얼음 깨는 배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겠다. 불교, 우상 깨부수고 나아가겠다. 봉은사에는 떡이나 얻어먹는 20만 명이 있다.


. G모 목사

중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하나님 믿어라.


. S모 목사

내가 대놓고 이명박 찍으라고는 못하고, 그래서 뽑힌 대통령인데 어떤 사람들이 지금 막 퇴진하라고, 그런 싸가지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 같은 소리를 해야죠. 더구나 머리를 밀은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이여.


. J모 목사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태에 대해) 일본국민이 신앙적으로 볼 때는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위대한 장로 가카

못생긴 마사지 걸이 서비스가 좋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부실 교육의 핵심은 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시골 출신이라는 데 있다. (자식을 위장 취업시켰으면서) 우리 집 가훈은 정직이다. (등록금 반값 공약을 해 놓고) 등록금 싸면 교육 질 떨어진다 ……

배경


어느 별에서 추락한 물상처럼

나는, 

아무도 없는 해변에 우두커니 박혀있다


경계 밖 시간을 함께했던 여자의 희미한 그림자가 섬 그늘에 포개져 실려 온다

오래 앓은 위통은 파도에 더욱 더 서늘해지고

몸속을 떠다니던 계절이 낙엽처럼 뚝 뚝 진다


백사장에 밀려 온 하얀 소라 고동 한 마리,

바다의 불규칙한 악장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저것도 위통을 앓았는지 내장이 모두 상해 있다


내가 지녔던 시간은 대체로 눈이 젖었고

여자가 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릴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서 바다가 시름시름 앓았다

파도와 음악 그리고 청담빛 섹스는

내가 지향한 불온이념이었기에 지워지지 않을 전과가 늘었는데 나는 불편한 형식으로 등장했고 불편한 형식으로 아웃됐다

버려진다는 것은 속부터 상해가는 것,

발을 떼면 할퀴어진 몸 안쪽 대륙이 점점 침식됐고


아팠으므로 매일, 죽지 않을 만큼 술을 마시고 내가 속한 별의 자전과 공전을 계산했다

그러므로 다시 아팠다 소줏집 은하포를 나와 어두운 바다에 서면

별들은 서론과 결론 없이 추락했고

쓸쓸했다 일인 병실, 말기환자처럼


꿈은 실종상태였고 피는 늙어갔다

증오마저 사랑한다는 것은 미지를 향한 고독한 항해이므로 방향을 잃고 한데서 끼니를 마셨다

내 문명이 된 위통의 배경은 그렇게 형성되었을 터


배경이 바람이 몰고 온 그림자 쪽으로 휜다


저 소라 고동도

어느 별에서 버림받고 추락하여 내장까지 할퀴어져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외계에서 수신된 소리로 울음 울고 있다 윙- 윙- 





(안병호)


프로필

. 경남김해 출생

. 2009년 『포항문학』신인상

. 2010년 『불교신문』신춘문예 당선


. . 메일: dominiko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