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밭 1

       박명희


집에서 먼 밭

돌 반 흙 반이던 붉은 밭

엄마는 그 밭가 느티나무 아래

밥을 부려놓고 나를 부려놓고

온종일 밭을 일구셨다

사방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

어린 나는 면벽수행법을 배웠고

엄마는 한숨 같은 휘파람을 배웠다

밭 가운데에 맑디맑은 옹달샘을 품은 밭

아홉 식구 밥을 품은 밭


이따금 미풍이 책장을 넘기 듯

나를 넘기면

붉은 밭이 나오고 옹달샘이 나오고

무지개가 나오고

하늘빛 나이아가라치마를 입은

젊은 엄마가 나온다.



붉은 밭 2

       박명희


제 어미 자궁을 찢고 목화꽃 탄생하는

목화밭을 온종일 바라보고 있었지요.

몸이 무려울만큼 심심했지요.

그래서 꿩처럼 껄껄 울어보았지요

산도 껄껄하고 울었지요.

엄마, 빨갱이 내려온다며

옹달샘에서 물 한 바가지 떠다

보리밥 한 덩이 말아줬지요

열여섯 살 어린 빨갱이 내려와

밥 빼앗아 간다며 겁 줬지요

그때 나는 빨갱이가 밥 뺏어가는

짐승인 줄 알았지요.

살쾡이 같은 너구리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