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등뼈


아버지 등뼈는 바퀴를 닮았다.
구르는 언덕이 가 파른 만큼
숨도 가쁘다.

한숨 돌리려할  때마다
등 떠미는 것들

모퉁이를 돌때면
휘어짐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성한 것 옹골진 것 마다하고
하필이면
이울어진 것들만
한가득
 
이젠 내려 놓으세요..
아버지.

오늘도
아버지의 등뼈는
비탈길을 구른다.




허수아비
    

 빈 들판이었다.
가을걷이 막 끝난 늦가을 저녁 무렵
노을 속 아버지는
야윈 하루의 뒷자락을 잡고 있었다.
거적인 듯 짚단인 듯
바람에 넝마는 너덜거리고
지고 온 세월만큼이나 무거운 표정으로
들옄 끝을 보고계셨다.
서리 내리는 가을마다
제자리걸음인 추곡수매 값으로
쌓이는 볏단만큼 깊은 시름에
휘청이는 허리
한숨인 듯 울음인 듯 이야기 듣다보면
고봉밥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말뚝인 양 붙박히신 아버지
죽 한 그릇도 많다시며
덜어주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볍씨, 호박씨, 상추씨,
씨 라는 것들은 모르는 게 없으시지만
글씨만은 심어 본 적 없으신 당신
지금은 땅에서 무엇을 읽으시는지
다가가 보니
추위에 떨고 있는
아버지 옷을 걸친 허수아비였다.



2004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
2010년 열린시학 2013년 지필문학 2014년 문장21 신인상 2011년 백교문학상 수상
2010년 시집 3천원짜리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