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야훼시여,

 

아브라함께서 이복누이를 아내로 맞은 것[창세20:12]은 거룩한 오류입니까. 내밀한 법칙입니까. 근친과 본향의 경계는 석양 물드는 사막 능선 구간 같은 것. 아내를 매도賣渡하여 목숨을 구하고 재물을 얻은[창세12:16-19, 20;2] 유인원의 심장 쪽으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립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께서는 두 딸을 잉태[창세19:36]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초승달의 기운과 혼미한 기도가 은밀한 구원을 잉태케 한 것이지요. 지금도 소돔과 고모라는 눈물 속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아들 이삭께서도 어머니 장례식 때 질녀를 장막에 들였습니다. [창세24:67] 리비도와 안식은 어떤 애곡哀哭보다 상위의 관습법. 취한 새들이 흐린 창공을 향해 비상합니다.

 

이삭의 아들 야곱께선 외삼촌의 두 딸을 취하였고[창세29:28] 야곱의 아들 유다께옵서는 며느리 다말과 관계했습니다. [창세29:25] 믿음은 신화의 완성입니다. 아방가르드는 관계적 예술의 복원입니다. 할렐루야.

 

위대한 왕 다윗께서는 밧세바를 범한 뒤 그 남편을 사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는다지만, 죄의 결실이 지혜의 왕 솔로몬[사무엘하12:10]이시니 손금마다 젖과 꿀이 흘러야 합니다.      

 

만인의 영도자인 모세께서 구스 여자를 탐한 것[민수기12:1]은 거룩한 기도이며 계시입니다. 간음하지 말라, 는 언약궤 위로 야생화가 피어납니다.    

 

그리하여 야훼시여,

당신의 말씀이 그리스에서는 철학이 되고

아메리카에선 기업이 되고

동방의 공화국에서는 찬란한 대기업이 되고

황홀한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동방의 공화국 목자들은

 

참으로 물질을 사랑합니다. 음지를 사모합니다.

그들은 아버지들의 아버지보다 더 빛납니다.

각본이 성서만큼 무결하고 완전합니다.

 

병인病因은 세계世系 유전입니까.

구약의 언약입니까.

 

 

  

묵찌빠

 

 

 

전면전을 선포했다 아름다운 네가 돌아오면서 무엇도 하지 않을 권리를 외치며 무엇도 할 수 있는 권리를 외치며

 

피할 수 없는 전쟁,

공격이 개시되었다 어떤 연민도 없이

 

갈등도 딜레마도 없는 너

갈등도 딜레마도 많은 너

 

그렇다 너는 애초에 번역될 문장이 아니었다 어떤 문양이든 지문이 흘러나왔다 나는 포위되었고

 

*

 

유리는 깨어지기 위해 만들어지고

손은 무너지기 위해 태어난다

 

백동전은 딱 하나

너는 오빠들의 백동전을 훔쳐 피아노를 장만했다

 

피아노 위를

횡단했던 건 손가락이 아니라

주먹이었다

주먹이었다

 

- - -

소리에 놀란 너

음률이 악보 뒤편으로 넘어가듯 너는 사춘기로

사춘기의 문양으로 그 성격으로

여기에 왔다

 

 

*

 

네가 묻는다

산산이 부서진다는 게 뭐죠?

 

웃자란 네 애인들이 대답한다

피아노의 손을 찾아봐

나무의 손금을 찾아봐

귀 잃은 악사의 손바닥을 들여다봐

 

닮았다는 건 곧 몰락

닮았다는 건 곧 침몰

 

늙은 네 오빠들이 도끼로 피아노를 내리찍는다

피아노의 내장들이 이빨을 들어내 놓고 웃는다

가위를 든 네가 또 묻는다

그럼 너희들의 어제는 뭐지

손목을 덜렁거리며 잘린 손목을 이어붙이며 네 애인들이 대답한다

손목 없는 바위지

몸을 버린 우직한 주먹…… 손바닥을 펴라

손금이 깨어져 버려라

손금이 깨어져 버려라

 

*

 

전쟁에 속하지 않으려는 손들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그사이 패배와 승리가 밀물과 썰물처럼 드나든다 또다시 저녁은 오고

 

긴 평화가 시작되고 있다 숨이 막힌다 전쟁은 전쟁이 끝난 뒤 시작되는 법 규칙대로 네 애인들이 죽는다 잎사귀들도 차례대로 죽는다

 

죽은 네 애인들이 내 몸을 정탐한다 귀퉁이에서 패배의 눈물을 마신다 어둠의 보자기를 펼치면 그 사이로 가위 같은 비가 내린다

 

비는 누가 버린 눈물입니까?

 

 

*

 

간첩은 밖에도 안에도 거주한다

자주 갈등한다

자주 망설인다

 

그리움도 유통 기한이 있습니까

 

가위바위보를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상이 다른 지대입니다

 

그럼 난 누가 버린 폐기물입니까

 

영혼을 꺼내 말려야 한다고 간첩이 자주 속삭인다 정말이지 세상은 네 손처럼 의아하고 다수이며 나는 한 번도 다수에 속하지 않았다

 

룰을 배운다는 건 자기를 지우는 여정이라며 네 애인들이 울먹거린다 화분 잎사귀에서도 안개가 흐르고

 

서랍 속엔 길 잃은 손들이 그득하다

 

 

프로필

 

 

. 본명 안병호, 경남 김해 출생

.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 2018년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특성화지원사업 수혜

.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