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무게

 


 

 

 

서른 살도 더 먹은 우리 집 목련나무

꽃샘바람도 저 혼자 받아내나 싶더니

금세 허공이다

개화와 낙화,

찰나의 무게를 담장아래 내려놓았다

겨우 봄 한철 앓다 사라진

여든 여섯 어머니, 지극한 생애인 듯 휑하다

 

이 느낌은 목련의 낙화만은 아니다

대를 이어 꽃 피워내느라 낡고 허술해진

여자의 일생 그 완결을 본 때문일 것,

 

바람에 쏠려 떨어진

저 고목의 봄날을 비질하며

종량제 봉투 가득 채워 드는 생각

피워내고 지워지면 또 다시 꽃눈 틔워

생명을 기르는 모든 본래는

 

어머니라는 이름,  

무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수상한 연분홍

 


 

 

 

청량산 오르막길이 허락한 색깔일까

발길과 눈길 확 잡아당기는 저 연분홍

눈부시게 화려 하다고, 아니 수상하다고,

저 색()이라면 한번 수작 걸어 보고 싶다고

한 마디씩 말()탑을 쌓으며 오르다보니

청량사 법당이다

속된 마음 꿇어 108배도 잠깐

이상하지, 자꾸만 내 마음 끌고 가는

저 색을 두고

누굴 닮아 맹물 같다고

아니, 저리 섹시한 민낯도 있냐고

이 여자 저 남자 참견하지만

 

예까지 끌고 온 불온한 세상 위로하듯

작년 그 자리 다시 온 걸까, 연분홍

 

첩첩 내리막길 뛰던 봄바람

연달래 그 꽃잎 하르르 스치며 하는 말

누군가의 본색(本色)찿는 일이란  

참 어렵더라고,

 

맞다,

 

 

 박경조;경북 군위출생

       2001년 『사람의 문학』등단, 『사람의 문학』편집위원

       시집 《밥 한 봉지》 《별자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