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투쟁담


 

 

카운터 직원이 봉투를 연다

누렇게 뜬 사임당 얼굴이 촤르륵 지나간다

pc방에서 알바해서 모은 돈이다

아이는 비 맞은 참새처럼

가늘게 떨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낳았으므로, 어미였으므로.

남북 분단선도 지우려는 시대에

아이는 금 하나를 긋기 위해

제 돈 내고 벌벌 떨며 이곳에 왔다

더 페이스 성형외과

서면 롯데백화점 뒷골목

무슨 무슨 성형외과가 동네 마트처럼 즐비하다

백화점 뒤에 숨은 병원들

백화점 뒤에 숨은 얼굴들

적당히 눈매가 쳐진 내 또래 엄마들이

고만고만한 딸들의 손을 잡고 와서

수술부작용에 대한 기계적 설명을 듣는 곳

자식 고집은 이길 수 없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한 시간 동안 고문 받는 것 같았어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나고 눈물이 찔끔 났어

근데 울지 말래

, 이 얼마나 눈물겨운 투쟁담인가

 

 

 

 

두엄출판사


 

대구 두엄출판사 ‘대구’라는 이름의 단단함 ‘두엄’이라는 말의 훈훈함, 진득함 기름난로 붉게 타오르는 사무실 밀양얼음골사과 햇빛과 별빛이 번갈아 드나들어 달디단 옹이를 간직한 열매 후라이팬에 볶은 땅콩, 호밀 오도독 오독 활자 씹는 소리 난무하는 방 칭얼대는 문장들 침침한 눈으로 어르고 달래고 적당히 솎아내고 오독, 그래도 삶은 금방 무성해지고 반질반질 나무 바닥, 서고 누운 책, 책들 그리고 시덥잖은 농담들, 찜찜함, 사소한 오해 오도독, 그 모든 것 적당히 버무려 두엄더미는 후끈 달아오르고 한 쪽에선 납작만두가 납작하게 식어가고

 

 

 

*부산 출생. 시집 『굿바이, 겨울』(2011),  『거미에 기대어』(2019) 출간.

bullaey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