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4호...
   2019년 12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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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14년 1월 41호부터 2014년 10월 53호까지...
편집자
83334 2014-11-03
6 고구마 든다 외 1편/박찬선 file
편집자
1848 2017-06-01
17.06월 85호 시 고구마 든다 고구마는 흙 속에 든다. 설계 없이 자유롭게 집을 지어 든다. 크고 작은 집은 모습이 다르지만 향기롭다. 싹둑 잘려서도 살아나다니 상처에서 흰 뿌리가 나오다니 연막탄을 터트려 장막을 치듯 고구마 자란 섶이 푸른 물살을 이룬다. 우리가 더운 물가에서 거짓의 허물벗기를 할 때 가벼워지려고 안간힘을 쓸 때 고구마는 살 오르는 탐구학습을 한다. 통 속이 행복하다는 어느 철학자처럼 흙 속이 아늑한 보금자리라는 생긴 대로 그냥 있고 싶다는 고구마는 목이 말라 땅이 갈라진다. 철 들 듯 맛이 든다. 호박 앉다 잘 익은 호박만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탯줄 같은 여린 줄기 혈연의 끈에 매달린 존재를 생각한다. 꼭지 떨어지지 않고 선택된 하나뿐인 생명 잎 속에서 푸른 유년을 보내다가 봉새기처럼 속을 넓혀야 편안하게 앉는 자전거 타듯 중심을 잘 잡아야 뒹굴지 앉는 살아가는 슬기를 배운다. 비탈 밭이나 담벼락, 바람 많은 공중에도 가리지 않는 터 잡기 호박 앉은 자리는 우리 엄마가 눈여겨 본 엄마 손길 닿는 자리 구슬땀 말린 시원한 자리 드러나지 않은 안분의 수더분한 자세가 편하다. 뜨거운 여름, 해가 긴 날 구릿빛 얼굴의 이 땅 사람들을 닮아가며 붉은 꽃 피는 향기로운 방을 만들어 밝은 내일의 식탁을 마련한다. 잘 익은 호박을 닮은 화가가 호박 속에 있다. 약력 경북 상주 출생. 1976『현대시학』으로 등단. 최근 동학을 주제로 한 시집『우리도 사람입니다』를 『시인동네』에서 내고「상주」「낙동강」「동학」에 대한 연작시를 쓰고 있다.  
5 어떤 장례식 외1편/김요아킴 file
편집자
1639 2017-06-01
17.06월 85호 시 어떤 장례식 안산 땟골마을 김로만 씨는 결국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이 실렸다 몸서리치는 추위를 연한 목숨으로 또 하루를 지탱하며 피로시키를 만들었다 평상에 펼쳐진 단돈 천원의 일용한 양식은 그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생계였다 육천 킬로미터를 달려가는 내내 밤마다 시신들이 밖으로 던져졌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은 유전자처럼 고려인 로만 씨의 몸속을 지배했다 연해주에서 출발해 흘러간 팔십여 년은 모국어를 잊기에 확실한 세월이었다 아내와 새로이 정착한 땅은 여전히 낯설었고 이방인 3세라는 수식어만이 붙어 다녔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기 불과 사흘 전, 그렇게 춥지도 않던 그해 구급차는 한 주검을 던져냈다 말도 돈도 허락지 않는 조국의 밤, 응어리진 핏덩이는 몸속에서 녹지 않은 채 터져 나왔다 상주도 영정도 제대로 없는, 어제 그가 만들다 만 피로시키만이 빈소를 지켰다 *피로시키: 러시아식 만두 팻테일저빌 그날 장례식은 엄숙했다 약간의 비가 모래와 함께 대지를 적셨고 그보다 더 큰 추억들이 붉은 눈동자에 매달렸다 지난밤까지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향 사막을 향해 달리던 꿈을 꾸었던 그 소리가 요란해 외려 성가셨던 하지만 다음날 머리를 서쪽으로 두고 부고장은 꿈쩍하지 않았고 한 발의 총탄처럼 울리는 울음이 두루마리 휴지에 쌓여 종이상자에 담겼다 만 삼 년의 철 지난 기억들이 쳇바퀴 돌 듯 더욱 깊은 애도를 자아냈고 까만 눈망울과 까슬한 털들은 이내 숟가락으로 파낸 흙더미 속으로 영원한 시간을 뿌리내렸다 수천 년의 발효되지 못한 역사가 윤회를 거듭하듯 더 큰 증오로 퇴적되고 죄 없이 맑은 눈동자와 식은 온기는 마지막 손가락의 수소문 끝에 힘겹게 발굴되었다 그러나 콘크리트 먼지 자욱한 대낮의 하늘엔 작은 별들이 총총히 돋아났고 심장을 도려내는 비수의 번득임은 하얗게 감싼 천보다 더 눈을 아렸다 어젯밤까지도 엄마와 함께 촛불을 켜며 신을 향해 두 손을 모았던 나지막하게 어서 이 무서움을 떨치려했던 조막손들이 모여 희망을 노래하던 놀이터 주변으로 붉은 생들이 널브러졌다 그날도 고향 사막엔 로켓탄이 날아들었다 *팻테일저빌: 황무지쥐아과에 속하는 애완용 설치류 동물. ................................................................................................................................................................... 김요아킴 2003년 계간《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문학청춘》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왼손잡이 투수』『행복한 목욕탕』『그녀의 시모노세끼항』산문집『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편집주간과 계간《작가와 사회》편집위원. 현재 부산 경원고 교사. 메일: kjhchds@hanmail.net  
4 오래된 우물 외1편/곽도경 file
편집자
1819 2017-06-01
17.06월 85호 시 오래된 우물 늙은 샘 하나 쉼 없이 물 퍼내고 있다. 논바닥 갈라 터지는 가뭄에도 한 번 마른 적 없었던 우물 오십여 년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자식 위해 물 길어 올리고 있다. 손가락 마디마디 구부러진 연탄집게처럼 굳었어도 신음마저 텅 빈 뼛속으로 밀어 넣으며 끝내 견디시는 아버지 바람 유난한 이월 초사흘 밤 먼 기억 속 우물이 되어 우, 우- 야윈 달 바라보며 속울음 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지 쉰을 넘긴 엄마와 열네 살 아들이 대화를 한다. “아들아, 지금은 젊은 사람도 일자리가 없어 힘든 세상이라 엄마는 늙어서 일하러 나가기가 좀 그러네" “헉, 엄마, 청년들은 자식이 없지만 엄마는 자식이 둘이나 되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지“ “엥, 뭘 잡아?” 지 푸 라 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심장에 날아 와 박히는 틀리지 않아서 더 기막히고 슬픈 그 말 붙잡고 엄마는 오늘도 지푸라기 잡으러 간다. 계간 [시선]등단 시집/ [풍금이 있는 풍경] 메일주소/ angelgmy@hanmail.net  
3 풀어내다 외1편/이미령 file
편집자
1822 2017-06-01
17.06월 85호 시 풀어내다 어느 바다에서 노닐던 멸치인가 대가리 큰 멸치 두 움큼 좋게 넣고 다시마, 무, 대파, 양파, 둥둥 조각배 띄운다 솥 안에서 태풍이 불고 큰 파도가 덮친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위기를 견디는 듯하다 스스로를 버리고 하나로 어우러진 육수에 된장을 풀고 두부 아저씨의 오래된 한숨과 노총각 황씨 호박꽃에 스민 그리움 몇 토막 넣는다 청양고추 같은 남편 잔소리도 똑똑 썰고 손전화에 뜬 딸내미 웃음소리 양념으로 듬뿍 넣으면 풋나물 맛나게 비벼먹는 얼큰한 된장찌개 장씨 아저씨 저 길길이 날뛰는 꼴 좀 봐, 지랄났네 지랄났어 등등한 기세 온 세상 다 삼켜버리고도 남겠어 조무래기들은 얼씬도 못하지 전생부터 이승까지 못다 한 욕지거리 마구마구 퍼붓는 저 시커먼 아가리 시큼한 막걸리 냄새 진동하는 것 좀 봐, 미쳤군 미쳤어 요양원에 누워있는 아흔아홉 노모도 못 말리고 아부지 따돌리고 혼례 치른 외아들도 못 말리고 십년 전 남의 아내 된 마누라도 못 말렸던 풍물거리 초입 장씨 아저씨의 술주정, 상산인력 사장 머리통을 몇 번씩이나 박살내고 선술집 딸어라 마셔라 다리 부실한 의자가 저만치서 나뒹구는데 삿대질하는 손가락 태양을 찔렀는지 함지박 엎은 듯 쏟아지는 땡볕, 한 서린 세상을 향한 또 한 번의 발악이 지나간 자리 훌러덩 벗겨진 때 절은 모자가 무표정한 사람들 사이를 힘겹게 건너고 있는 장날 오후  
2 바비인형 컴백 외1편/박은숙 file
편집자
1608 2017-06-01
17.06월 85호 시 바비인형 컴백 자전거를 아주 잘 타는 김숙희 여사는 당년 75세 당년 53세나는 여사에 견주면 택도 안 되는 새벽부터 태양을 굴리는 바지런한 여사는 오늘도 새벽을 깨우며, 잡동사니 물건들을 창고에 베란다에 냉장고에 옥상위로 쌓고 쌓는데 어디서 그렇게 물건들 쏟아져 나오는지 1호점,2호점,3호점을 내고 사람이 잡동사니 속에 묻혀 산다네 고물상을 연상캐 하는 집에는 부글부글 속앓이 하는 아우성 높고 김숙희 여사는 안한다안한다 하면서도 버려지는 물건들의 유혹을 끝내 못 본 척 못하는데 여사의 방은 인형의 집 모두 잠든 컴컴한 저녁의 쇼킹한 축제, 바비인형들의 컴백컴백 물질 만능의 시대 버려지는 잡동사니 탓에 날로 굽어든 여사의 허리 자전거 신나게 구르며 바비인형 찾아 나선 김숙희 여사를 누가 나무랄 것인가 너도 나도 범법자 반성문을 쓰자 불후의 명곡 밭이랑 외따로 튕겨 나온 상추 한 포기 뽑으려다 그냥 두기로 한다 밭두둑 위로 나란히 소담스럽게 자란 상추 함께 영차영차 컸으면 쑥 자랐을 그러나, 저렇게 외따로 컸지만 때로는 튼실하게 잘 자라서 식탁을 풍성하게 하기도 하지 상추 한 잎 아침상에 올리려다 풀 한삼태기 뽑고, 한단 부추를 얻고자 3시간 풀을 뽑는다 아침 고요속, 흙을 간섭하는 호미 소리에 뒷산 뻐꾸기 운을 띄우니 불후의 명곡을 여기서 듣는데 왜 하필 맨발 내 어머니의 파란만장과 한 오십년 살아낸 나의 인생이 밭이랑 행간행간 춤추며 가는 그림이 보이는 것일까 그 장단에 바람도 끼어들고 어디서 지저귀는 참새도 끼어들고 줄줄이 끼어드는, 쇠비름, 참비름. 질경이 이름 모를 잡풀들까지 한 곡조 하는데 내 귀에는 세상의 그 어느 명곡보다 호미 소리에 끼어드는 저 곡들이 명곡 일세  
1 영덕 바다 외 1편/신순말 file
편집자
1938 2017-06-01
17.06월 85호 시 영덕 바다 - 약속 바위에서 신순말 지난 겨울에 왔었네, 이 바닷가 파도는 반갑다고 철썩철썩 손바닥 드러내며 인사를 하네 여린 꽃처럼 고개 기울이고 봄이 막 당도한 바닷가 파도를 보네 해풍에도 흔들리며 피어있는 풀꽃 갯바위가 수억 년 동안 파도를 안아주듯 시간이 부리는 연금술을 생각하네 함께 했던 그 사람을 생각하네 지난 겨울의 마른 풀에서 보아라, 연보랏빛 타래붓꽃 약속처럼 깨어났네 비 신순말 아래로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빗방울이 웃고 있다 깨어지는 순간에도 볼우물 하나씩을 꼭 물고 있다 신순말: 상주 출생. 상주들문학회,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시집 [단단한 슬픔] dolcong-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