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서 어쩐담

 

 기억장치 나사 하나가 풀어진 걸까 반갑게 인사하는 여성과 웃음까지 주고받았지만 누구인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초로의 그녀가 공무원인지 예술가인지 한 시간 넘게 기억을 더듬어도 깜깜하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로 헤맸지 나보다 한참 아래로 보이는 남성과 악수까지 했지만 기억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지 직업상 많은 이를 만난 탓일까 명함을 받아도 그때뿐 그 얼굴 언제나 까마득하다

 

 

연골의 오버랩

 

 무릎 수술을 받았다 관절 사이에 인공 연골을 넣은 것이다 한 시간 남짓 수술 후 중환자로 누운 내게 엄지를 들어 보이는 의사선생님,  애태우던 아내와 딸이 드디어 맞장구를 친다 무릎, 꿇어야 할 자리에서 꿇고 펴야 할 자리에서 펴야 정상이지 문상 가서 무릎 꿇지 못하여 두리번거리기 몇 번이던가 바닥에서 일어설 때도 손힘이 아니면 어림없었지 사라진 연골과 새로 넣은 연골이 오버랩될 때 절룩이지 않던 청춘의 시간이 눈에 선하다

 

약력/ 1945년 김천시 감문면에서 출생. 1979년 『시문학』통해 문단 등단.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장 등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김천신문 편집국장.

시집 『하늘 입』『가둔 말』『새로 읽은 달』 등 12권 발간. 시문학상, 경상북도문화상, 경북예술상, 김천시문화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