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것들

마른 벌레집

마른 영지버섯

마른 국화 몇 송이

구멍 뚫린 낙엽 한 장

 

나갔다 올 때마다 들고 온 것들

문을 여닫을 때마다 바삭거린다

 

긴 언덕 풀잎 뒤에서 가만히 노래 부르던 것들

갈라지는 골목어귀 가로등 아래였던 것들

뙤약볕 속에 한 잎 그늘이었던 것들

동네 어귀 동수나무였던 것들

 

어디선가 문 여는 소리 들린다

 

요양병원 1104호에

햇빛이 한정 없이 밀려든다

 

 

 

 

사이

소나무 한쪽 어깨를 콕콕 찍어대는 소리

산이 술렁이는데

증거를 남겨야 하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내려는데

새가 날아갈지도 몰라

새의 몸짓을 눈길로 붙잡고 전화기를 잡는데

쉽게 빠지질 않아

새는 지금 나무의 겨드랑이를 집중공략하고 있는데

도둑질에 여념이 없는데  

얼른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부랴부랴 끄집어내야하는데

꽁지를 들고 새는 날아가 버렸어

 

부리의 뾰족한 시간과 전화기의 시간의

거리가 너무 멀었어

새가 보이지 않아

바람이 나무에 이마 찍는 소리에 나뭇잎이 흔들릴 뿐

 

오늘은 증거불충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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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김설희

2014년 리토피아 등단

시집 <산이 건너오다>

메일 주소 seal0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