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아이에게

 

 

오후 6시 버스 안에서

늘 끄덕끄덕 졸더니

오늘은 완전 퍼져

좌석 밖으로 팔다리를 칡뿌리처럼 막 뻗었구나

 

그래, 오늘 얼마나 힘들었느냐

창밖은 온통 사월인데

유리창을 깨부수고 뛰쳐나가라고

너를 들쑤시며 버글버글 끓고 있는 네 마음을

차갑게 식히며 교실에 앉았느라

얼마나 기진맥진 했느냐

 

누명을 쓴 사람이

유배지에 위리안치 되듯

이른 아침 구불구불 버스를 타고

변방의 작은 학교 좁은 교실에

청춘이 수감되어 숨쉬기 힘들어도

어디다 고함 한번 지를 수 있었겠느냐

 

사람은 왜 배우고 익혀야 할까

참다운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나는 어리석어

반생을 살고서야 깨달았단다

 

 

수습하다

 

잡동사니들과 서랍 속에

삼년을 방기했던

분꽃씨 한 줌

 

붉은 꿈들로 꽉 찼던 알알들은

녹슨 커터 칼이 깎아 먹고

낡은 펜촉이 찍어 먹고

구겨진 낙서장이 흡입해서

한 점 뼛조각만 남았다

 

 

오늘

촉촉한 솜뭉치에

그 뼈 한 점 싸 두었다가

볕 잘 들고 윤택한 흙에 심는다

 

울타리를 자갈로 둥글게 치고

문패처럼

노란리본 꽂는다

 

김재순: 경북 상주출생 시집⌜복숭아 꽃밭은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