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살은 살아서



시민의 정성을 모아

평화의 소녀상을 왕산역사공원에 세우던 날

아흔 넘어 먼 길 오신 이 용수 할머니

열네 살에 강제로 끌려가서 ……

전기고문을 당한 것이 지금도 몸이 저리시단다

상해에서 중국과 나란히 소녀상을 세우던 날

억수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희생당한 소녀들의 눈물이라던 할머니

뉘우치는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으니

이 백 살은 살아서 받아낼 때까지

여러분도 같이 이 백 살은 살아서……

그만 가슴이 뭉클하여

단상에 계신 할머니를 바라보지 못하고

물드는 잎들만 바라보았다

새 날아와 어께에 앉고 하얀 나비 꿈꾸는

먼저 간 영혼들이 함께하여 기뻐하시리라는

울먹이시는 이용수 할머니

소녀상의 얼굴을 맞대어 비비고 감싸 안으신다

목으로 파고드는 슬픈 어제의 찬바람을 막아주는

촘촘하게 손으로 짠 노란 목도리와 모자

다시 꽃으로 피어 지지 않는 향기로 남아

이 땅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지니

이백 살은 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