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길게 늘어선 벌거벗은 우리는

가을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눈앞의 가스실 입구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품에 안긴 한 살 아기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인간은 진화하여 짐승이 되어가고

죽여도 되는 호모 사케르

길게 늘어선 우리의 이름은

오늘도

침묵으로 영광스런 행진곡 위를

걸어가고 있다

하늘은 여전히 같은 하늘일 것이고

그리고 가을 하늘일 것이다

예언처럼

단지 그것 뿐이었다


 

나병서/ 한양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