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나의 살이 녹아내려 물이 되었어요

나의 뼈가 녹아내려 물살이 되었어요

 

어머니 저는 굽이치는 파도에요

나의 꿈이 하얗게 부유하고

날아오르던 나의 시절이 낮아지고 낮아져서

바닷물길이 되었어요

나의 복사뼈는 미역사이로 헤엄치고

나의 사랑은 물결사이로 햇빛처럼 들이치고 있어요

 

봄꽃 낯설게 흐드러진 사월

단맛이 줄기를 지나

허공으로 뿌리내리는 즐거운 계절에

품어온 깊은 설움이 개나리꽃잎으로 흩날리고 있어요

 

나는 뛰어가요 달려가요 햇살처럼 날아가요

어머니의 나라로

신발이 쪽배처럼 흔들리는 오후

바닷길에서 노숙을 하며

하염없이 시간을 잡아먹고 또 먹어요

 

물결을 밟고 가는 그림자

울음이 그렁그렁 파도를 넘고

충혈된 눈으로 노을이 노려보는 바닷가

 

자줏빛 슬픔이 가슴 속에서 휘몰아치다가

소용돌이로 타오르는

나의 영원한 사랑이 깜깜하게 건너는 길목

물고기들이 등을 받치고 길을 만드는

하늘 길

 

나의 불꽃이

별똥별로 타오르던 꽃길, 꿈길

 

             



봄밤

 

 

복사뼈 사이로 꽃대를 밀어 올리는 바람

겨우내 고독한 시간을 참고 견디어

분노보다 뜨거운 걸음이 얼어붙은 땅을 비집고

번갈아 이 세상에 생을 의탁하러 오네

 

물렁한 꿈이 헐거워진 몸속에 스며들고

흐느끼던 겨울은 독한 바람에 소리치다가

앙상한 울음을 피우네

 

악몽이 구름처럼 뭉글거리며 피는 밤

허공에 번지는

붉은 노래

 

가지마다

기억이 붉어질 때까지

 

단맛이 나무의 등뼈를 지나

푸른 눈동자를 지나

간절해진 손끝에

제 생을 펼치네

 

허공의 목숨을 먹이는

단맛

붉은 혀 수천 개

하늘을 향해

붉은 노래 부르네

 

후미진 언덕

얼어붙은 가슴마다 불을 놓은

향긋한 침략자

 

이 불편한 세상에

한밤중 어둠을 헤치고 잠을 깨우는,

슬픔을 재우고 고통을 희석하는

수많은 날개들

지친 발마다 향유를 바르는

수천 개의 붉은 손들

 

불안한 시간이 타올라

가장 뜨거운 입술로

가장 차가운 음성으로

봄밤 언덕에 한없이 부른 노래

뿌리를 달래어서

줄기를 흔들어서

잠을 깨운 노래들이 언덕마다 하얗게 피네

복사꽃 피네.

 

 

권순자

경주 출생.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년 《심상》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우목 횟집』,『검은 늪』,『낭만적인 악수』,『붉은 꽃에 대한 명상』,『순례자』,『천개의 눈물』,Mother's Dawn(『검은 늪』영역시집) 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