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평화 서울 촛불

 

 

피델 카스트로가 죽던 날

한반도 서울에

첫 눈이 나렸다.

첫 눈을 머리에 이고 사람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을 피우고

횃불을 지피고

청와대로 향했다.

 

86명의 혁명시민을 이끌고

바스타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56년 전 쿠바 시민혁명을 세운

피델 카스트로가

죽던 날

 

한반도에서는

 

200만개의 촛불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향해

평화와 자유의 불길을

지폈다.

 

서울에 첫 눈이 나리던 날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의 턱 밑에서

국민주권을 되찾는

200만개의 촛불이

축제의 시위를 펼쳤다.

 

피델 카스트로가 세상을 버리던 날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섬마을 제주에서

아비는 아이를 무동태우고

어미는 딸애 손을 꼭 잡고

이웃끼리 동창끼리 친구들끼리

김밥 싸들고 따뜻한 유자차 끓여

 

새로운 공화국 새로운 나라 건설위해

‘이게 나라냐’ 손팻말 흔들며

광장으로 청와대로 소풍잔치를 벌였다

촛불은 강물이 되고

파도처럼 출렁이며

마침내 혁명으로

내달았다

 

 




2017323일 팽목항

 

세월이 떠 올랐다.

3년 간 숨막히고 찢기고 갈래갈래 짓뭉긴

진실이 떠올랐다.

 

파면당한 대통령이

대검찰청에서 21시간의 조사를 받고

제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

국민을 오열과 분노로 수장시켰던

세월호가 떠올랐다.

파면당한 박근혜의 관저

7시간의 형형한 진실이

떠올랐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금쪽같은 내 새끼

영문도 모르고 팽목항 천길 바다 밑으로

수장된

사백 여린 영혼들이

별처럼 떠올랐다.

 

기어코 광장으로 촛불로 되살아 나

침하나 안 바르고 국민을 적으로 몰고

친일에 빨갱이에 독재로 범벅이 된

지 애비의 복수를 갈며

국민을 ‘진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편 가르던

독재자의 딸 박근혜를

대통령에서 파면시키던 날

 

칠흑의 어둠을 살라먹고

파면당한 박근혜 정권의

모진 은폐와 금기를 뚫고

수 삼년 광장을 떠돌던

시린 가슴패기들이

투명한 진실과 용기와 정의로 반짝 별처럼

사백 여린 영혼들이

떠올랐다.

 

1073일 칠흑의 바다 속에서

앗긴 희망과 꿈이 솟아올랐다.

 

1073일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