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인형 컴백


자전거를 아주 잘 타는

김숙희 여사는 당년 75세

당년 53세나는 여사에 견주면 택도 안 되는


새벽부터 태양을 굴리는 바지런한 여사는

오늘도 새벽을 깨우며, 잡동사니 물건들을

창고에 베란다에 냉장고에 옥상위로 쌓고 쌓는데


어디서 그렇게 물건들 쏟아져 나오는지

1호점,2호점,3호점을 내고

사람이 잡동사니 속에 묻혀 산다네


고물상을 연상캐 하는 집에는

부글부글 속앓이 하는 아우성 높고

김숙희 여사는 안한다안한다 하면서도

버려지는 물건들의 유혹을

끝내 못 본 척 못하는데


여사의 방은 인형의 집

모두 잠든 컴컴한 저녁의

쇼킹한 축제,

바비인형들의 컴백컴백


물질 만능의 시대

버려지는 잡동사니 탓에

날로 굽어든 여사의 허리


자전거 신나게 구르며

바비인형 찾아 나선

김숙희 여사를 누가 나무랄 것인가


너도 나도 범법자

반성문을 쓰자


불후의 명곡


밭이랑 외따로 튕겨 나온 상추 한 포기

뽑으려다 그냥 두기로 한다

밭두둑 위로 나란히 소담스럽게 자란 상추

함께 영차영차 컸으면 쑥 자랐을


그러나, 저렇게 외따로 컸지만

때로는 튼실하게 잘 자라서

식탁을 풍성하게 하기도 하지


상추 한 잎 아침상에 올리려다

풀 한삼태기 뽑고,

한단 부추를 얻고자 3시간 풀을 뽑는다


아침 고요속,

흙을 간섭하는 호미 소리에

뒷산 뻐꾸기 운을 띄우니

불후의 명곡을 여기서 듣는데


왜 하필 맨발 내 어머니의 파란만장과

한 오십년 살아낸 나의 인생이

밭이랑 행간행간 춤추며 가는 그림이 보이는 것일까


그 장단에 바람도 끼어들고

어디서 지저귀는 참새도 끼어들고

줄줄이 끼어드는, 쇠비름, 참비름. 질경이

이름 모를 잡풀들까지 한 곡조 하는데


내 귀에는 세상의 그 어느 명곡보다

호미 소리에 끼어드는 저 곡들이 명곡 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