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내다


어느 바다에서 노닐던 멸치인가


대가리 큰 멸치 두 움큼 좋게 넣고

다시마, 무, 대파, 양파, 둥둥 조각배 띄운다


솥 안에서 태풍이 불고 큰 파도가 덮친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위기를 견디는 듯하다


스스로를 버리고 하나로 어우러진 육수에 된장을 풀고

두부 아저씨의 오래된 한숨과

노총각 황씨 호박꽃에 스민 그리움 몇 토막 넣는다


청양고추 같은 남편 잔소리도 똑똑 썰고

손전화에 뜬 딸내미 웃음소리 양념으로 듬뿍 넣으면


풋나물 맛나게 비벼먹는 얼큰한 된장찌개



장씨 아저씨

 

저 길길이 날뛰는 꼴 좀 봐, 지랄났네 지랄났어 등등한 기세 온 세상 다 삼켜버리고도 남겠어 조무래기들은 얼씬도 못하지 전생부터 이승까지 못다 한 욕지거리 마구마구 퍼붓는 저 시커먼 아가리 시큼한 막걸리 냄새 진동하는 것 좀 봐, 미쳤군 미쳤어 요양원에 누워있는 아흔아홉 노모도 못 말리고 아부지 따돌리고 혼례 치른 외아들도 못 말리고 십년 전 남의 아내 된 마누라도 못 말렸던 풍물거리 초입 장씨 아저씨의 술주정, 상산인력 사장 머리통을 몇 번씩이나 박살내고 선술집 딸어라 마셔라 다리 부실한 의자가 저만치서 나뒹구는데 삿대질하는 손가락 태양을 찔렀는지 함지박 엎은 듯 쏟아지는 땡볕, 한 서린 세상을 향한 또 한 번의 발악이 지나간 자리 훌러덩 벗겨진 때 절은 모자가 무표정한 사람들 사이를 힘겹게 건너고 있는 장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