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례식


안산 땟골마을 김로만 씨는

결국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이 실렸다


몸서리치는 추위를 연한 목숨으로

또 하루를 지탱하며 피로시키를 만들었다


평상에 펼쳐진 단돈 천원의 일용한 양식은

그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생계였다


육천 킬로미터를 달려가는 내내

밤마다 시신들이 밖으로 던져졌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은 유전자처럼

고려인 로만 씨의 몸속을 지배했다


연해주에서 출발해 흘러간 팔십여 년은

모국어를 잊기에 확실한 세월이었다


아내와 새로이 정착한 땅은 여전히 낯설었고

이방인 3세라는 수식어만이 붙어 다녔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기 불과 사흘 전, 그렇게

춥지도 않던 그해 구급차는 한 주검을 던져냈다


말도 돈도 허락지 않는 조국의 밤, 응어리진

핏덩이는 몸속에서 녹지 않은 채 터져 나왔다


상주도 영정도 제대로 없는, 어제

그가 만들다 만 피로시키만이 빈소를 지켰다


*피로시키: 러시아식 만두



팻테일저빌


그날 장례식은 엄숙했다


약간의 비가 모래와 함께 대지를 적셨고

그보다 더 큰 추억들이 붉은 눈동자에 매달렸다


지난밤까지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향 사막을 향해 달리던 꿈을 꾸었던

그 소리가 요란해 외려 성가셨던


하지만 다음날 머리를 서쪽으로 두고

부고장은 꿈쩍하지 않았고

한 발의 총탄처럼 울리는 울음이

두루마리 휴지에 쌓여 종이상자에 담겼다


만 삼 년의 철 지난 기억들이 쳇바퀴 돌 듯

더욱 깊은 애도를 자아냈고

까만 눈망울과 까슬한 털들은

이내 숟가락으로 파낸 흙더미 속으로

영원한 시간을 뿌리내렸다


수천 년의 발효되지 못한 역사가 윤회를 거듭하듯

더 큰 증오로 퇴적되고

죄 없이 맑은 눈동자와 식은 온기는

마지막 손가락의 수소문 끝에

힘겹게 발굴되었다


그러나 콘크리트 먼지 자욱한 대낮의 하늘엔

작은 별들이 총총히 돋아났고

심장을 도려내는 비수의 번득임은

하얗게 감싼 천보다 더 눈을 아렸다


어젯밤까지도 엄마와 함께 촛불을 켜며

신을 향해 두 손을 모았던

나지막하게 어서 이 무서움을 떨치려했던


조막손들이 모여 희망을 노래하던

놀이터 주변으로 붉은 생들이 널브러졌다


그날도 고향 사막엔 로켓탄이 날아들었다


*팻테일저빌: 황무지쥐아과에 속하는 애완용 설치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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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아킴 2003년 계간《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문학청춘》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왼손잡이 투수』『행복한 목욕탕』『그녀의 시모노세끼항』산문집『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편집주간과 계간《작가와 사회》편집위원. 현재 부산 경원고 교사.

메일: kjhchd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