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있으면

임재수


전화가 왔다. 한 마을 사는 친구 명석이다.

"순구가 와서 한잔 하고 있엉께 얼런 와"

"지금 점심 먹고 있는데"

"그냥 내려 와 순구네 집으로"

숟갈을 들다 말고 그냥 내려 갔다. 근처에 가자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당에 들어서자 숯불이 이글거리는 화덕(철망)위에서 삼겹살이 노릿노릿 익고 있었다.

"얼렁 와!"

순구 어머니께서 반색을 하신다. 작년에 팔순을 지내신 분이다.

"아이구 고생이 많습니다."

"고생은 무슨~"

"이게 얼마 만이야? 얼굴 잊어 먹겠다"

나는 친구를 향해 인사를 했다.

"작년 봄에 밨자나?"

"엄마 혼자 계시는데 더 자주 와야지?"

"! 그동안 몇 번 왔다 갔었지"

"왔으면 이 놈아 형님 보고 인사를 하고 가야지"

"그건 미안하다, 그런데 말이야 내 혼자 가면 노인네 밥하기 귀찮다고 마누라가 말리더라"

그러자 소주잔을 들이키던 명석이가 순구를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너 참 나쁜 놈이다?"

옆에 계시던 순구 엄마가 갑자기 눈이 뚱그래 지신다.

"왜 그래?"

"어무이 팔십이 넘어서 아들 밥상 차려 줘요? 지손으로 해 묵으라카지"

"난 또 머라고, 아직 내가 꿈적거릴 수 있고 가끔 아들 얼굴 보니 좋지 멀 더 바래"

"나는 엄마만 있다면~"

"그래서?"

순구가 채근을 한다.

"매일 찾아 뵙고 밥상 차려 드리겠다."

나도 한 마디 보탰다.

"나는 매일 밥상도 차려 드리고 설겆이 빨래 목욕까지 다해 드리는 걸"

그러자 순구가 "에라이 순~" 한마디 내 뱉았고 모두들 폭소를 터뜨렸다. 그 순간 명석이 눈에는 방울이 맺혔다.

 

그날 저녁 고이 자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깨우셨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회초리를 들고 계셨다. 눈초리가 매섭다.

"종아리 걷어라"

"영감 왜 그러시우"

"매일 밥상 설겆이 빨래 목욕까지? 아 글쎄 이놈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나는 종아리를 걷고 섰다. 어머니께서 혀를 차신다.

"ㅉㅉ 영감도 망령이지 저 어린 게 뭘 안다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고 물으신다.

"네 나이 올해 몇이냐?"

"예순 하나입니다."

"나보다 나가 더 많은데 철이 언제 들꼬?"

회초리를 휘두른다. 어이된 까닭인지 하나도 안 아픈데 눈물이 쏟아지고 서러웠다. 골목길 담벼락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한참 후 누나가 다가 왔다.

"칠성아"

"누야 왜!"

"지금부터라도 잘 해 드리면 대는 거야"

"정말? "

"그래, 다가오는 주말에 우리 육남매 함께 찾아 가자."

그래서 나는 동생들한테 전화를 넣었다. 그리고 고기도 사고 불판도 사고 모든 준비를 갖춰 놓고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말이 왔다. 모두 함께 고향집을 찾았다.

"빨리 안 오고 머하노"

"오빠야 숨이 차서 못 띠겠다. 좀 싰다 가면 안 대나"

"어이구 답답해라"

"그러면 쓰나 어린 동생들 잘 데리고 가야지"

우여곡절 끝에 정든 고향집에 도착했다.

"엄마 저들 왔어요!"

마당에 들어서며 모두들 합창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평소 같으면 만면에 웃음을 띄고 문을 열고 나오실 텐데 현관문은 닫혀 있고 인기척이 없다.

"엄마 어데 갔노?"

막내 동생이 금새 울음을 터뜨릴 기세다.

"우씨 필리핀서 모처럼 엄마 보러 왔는데"

그 위의 동생이 투덜댄다. 마실 가셨나 찾아 나섰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잡고 물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단다. 그러다가 순구네 엄마를 만났다.

"순구네 엄마요, 우리 엄마 어데 가셨는지 알아요?"

"이사 갔자나?"

"?"

"벌써 오래 댔는데?"

"어대로 갔어요?"

"저기 늦은목 뒷산으로"

순구 엄마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노란 잔디 그리고 할미꽃이 피어 있는 산소였다. 맥이 빠진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런데 옆에서 서서 계시던 순구 엄마 얼굴이 우리 엄마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한마디 하신다.

"일에는 다 때가 있는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