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오던 날
    

편지가 왔다
찬비에 젖어
후줄근하개
눅눅한 가을볕에 말리지도 못하고
그냥 넘겼다

잘 익은 목소리로 날 불렀다는데
떫은 입 다시고
그냥 웃어버렸다

눈 멀고 귀 멀어 답답했던지
찢겨진 넝마처럼
식어가는 목숨 하나




연탄불
    

아침 저녁 모셔드려 예불을 올리다가
아차 놓친 사이
작은 실수도 죄가되어
눈 감으신 부처님

  지워진 눈자위에 눈알을 박아
구들장 아래 절집 하나 세웠다
검정 향 사르며 무릎 꿇어 빌고서야
정성이 통했는지
빨갛게 웃으신다

언감생심 못난 불목하니 극락왕생 바라겠소
이불속 하룻밤 낙원에나 들게 하소서




2004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수상
2010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2011년 백교문학상 우수상 수상
2010년 시집 3천원짜리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