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


 

간밤 하늘에 달무리 지더니

소나기, 북을 친다

무논마저 태우는 마른하늘

독장골* 나락 논에 물끄러미 서 있는  

아버지,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에도

콸 콸콸 물꼬 하나 트면

들판 가득, 벼꽃 스스로 피워 올릴 테지만

살다보면 오늘처럼 물을 안고 누울 날 있어

어린모 먹이느라 빈 젖이 될 때 까지

닳은 소매 걷어 올리는 농부의 아내, 어머니

 

한 발자국 멈춰준 덤, 윤사월 소나기

떨어져나간 자리 탯줄 잇듯

수의 한 벌 마름질하며

세상 밖 또 하나의 길 준비하는

둥 둥 북채 들고 봇물 채우는 빗줄기

북치며 온다

 

      * 경북 군위군 산성면 백학동에 있는 천수답 들 이름




 

 


 붉은 자리



 

복병처럼 숨어있다

불쑥 나타나서

하필이면

평온을 찢는 사랑이란 말

가지게 되었는지

당신 딛고나간

핏물 고인 잇몸 들여다보면

사랑, 생의 또 다른 복병인 것 같아

자꾸만 쓰라리는

 

이 붉은 자리

 

 

     약력: 경북 군위 백학출생

           2001년 『사람의 문학』 등단, 『사람의 문학』 편집위원

           시집: 『밥 한 봉지』 『별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