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下山을 하며


 

 

흐린 물은

멈춰야 맑아진다

온 세상이 비춰온다

 

물낯에는

하늘이 내려앉고

절집 잠잠히 가라앉고

 

제멋대로

흐르다가 멈춘

깊은 가슴 속 물줄기

 

맑던 두 눈이

왜 이리도 갑자기

자꾸만 흐려지는 것일까

 

오는 걸음

가는 걸음도 아닌

나의 길에는 길이 없다

 

 

  

 

이른 아침


 

이른 아침, 대숲

참새떼 우짖는 소리에

단잠에서 깨어나도

짜증 부릴 수는 없다

 

그 시끄러움에

잠시 두 손을 올려

두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리다가도

 

어느 사이

고개를 되돌리며

휩쓸리다 보면, 절로

게츠름한 가슴이 풀어지고 만다

 

대숲도 그렇다

맑은 날,

작은 바람결에 수없이

흔들리고 있는 걸 보면

 

천지간에 참새떼 소리

사방에 생기 철철 넘치고

무심히 듣다가 새삼스럽게

삶에 대한 고마움이 새로워지면

 

잎잎에 내린

아침 햇살 줄기에 젖어

짐 지워진 일체의 무게에

헤살대는 잎에도 정이 간다

 

댓잎 가득한 햇살 사이

제 몸짓 제 소리로

우짖는 참새떼 소리에

푸른 하늘빛이 와르르 번진다

 

 

 


1950년 충남 서천 출생

1978[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공존共存』과 시선집『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등 다수

• 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등 수상.

• 한국문협 충남지부장, 충남시인협회장 역임

• 현재 40여년의 교직에서 물러나 <산애재蒜艾齋>에서 야생화를 가꾸며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