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우수와 경칩 사이, 백태가 낀다

숭어도 내외간이 있는데 봉사가 되고 보니

수컷이 마누라를, 마누라도 수컷을 몰라 본다

 

서투름을 벗어나려고

공모(共謀)와 순수 사이, 어슬렁거릴 때

잡다한 생각의 아가미마저 삼켜 버리는 백태

 

수놈이 알에다 마음껏 정자를 뿌린다

고기 조상을 모르게 한다, 암컷이 바짝 마른다

배가 붉그스럼하다

 

전부를 볼 수 없는데 전부가 보이는,

마지막 꿈틀거림이 봄 바다에 있다

지루한 눈짓이 싫어, 차라리 눈 떨다가 멀겠다

 

겨우내 숭어가 몸에다 지방을 쌓듯

바라봄과 눈멂 사이, 불륜을 저장해 왔는지 모른다

수컷은 봄에 죽어도 모른다

 

눈꺼풀 벗겨질 때, 당신 눈빛에 데일까봐

뻘에다 머리를 들이밀고 파고 들어간다

 

숭어 눈 맑아질 때 청갈바람* 다시 불고

바다 속이 확 뒤집어진다,

봄 바다의 밑바닥까지 하얘진다

 

 

*청갈바람 : 봄에 부는 세찬 남서풍으로, 물고기가 있다가 사라짐.

 

 

 

 

 

 

개복치

 

 

죽도시장 어물전 입구

보름달과 닮은 물고기 몇 마리 누워 있다

하도 이름을 묻는 이가 많아

내 이름은 개복치라고 미리 써 놓았다

 

그는 최후까지 눈동자가 착하다

조물주가 눈에 흰점을 찍은 그대로

개광(開光), 혹은 뇌를 넓히지 않아

바보끼리 보는 눈망울은 참 애틋하다

 

파리들은 죽은 이의 얼굴을 파먹고 있다

표독스런 상어의 검은 눈동자이든,

몸에 따듯한 피가 흐르는 개복치든

죽음의 좌판 위에선 매 한가지다.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와 작은 눈만 살아 있다

개복치는 지상에서 자신의 상()마저 지운다

 

 

 

 

약력> 손창기 -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달팽이 성자』가 있음. jangoyes@hanmail.net